겨우내 하우스에 매달아 잘 말려두었던 미흑찰옥수수입니다.
얼마나 잘 말랐는지 까만 색은 더 진해지고
옥수수숭탱이에서 마른 가루가 펄펄 날립니다.
먼지가 아니라 옥수수 가루랍니다.
혼자서 이걸 어찌하나...집으로 갖고 들어오면서도 고민고민했는데
민재녀석, 숙제가 태산이고 시험도 앞두고 있어서 바쁘다더니
냉큼 달려들어 앉아서
주르륵 한번에 비틀어서 알을 따내줍니다.
얼마나 고맙던지요...
저혼자 하면 못걸려도 두시간 이상 걸리는데
민재가 도와주니 시간이 반으로 줄었네요.
비껴내기타법으로 비틀고
쓸어내기 타법으로 알갱이를 밀기도 하고
밀기, 누르기, 당기기, 비비기 등
갖가지 타법을 동원하여 옥수수알갱이를 타내는데
그만 숭탱이에 손을 베고 말았네요.
대일밴드 찾아 붙이고 이번에는 저랑 교대하여 민재가 옥수수골을 내고
제가 비틀어 알갱이를 따냈지요.
민재넘 ; 엄마, 나 나가고 나면 누가 엄마 도와주지???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니 형과 누나가 있는 춘천으로 나갈 예정인데
자기마저 나가고 나면 엄마일은 누가 도와주냐는 거지요.
혼자서 중얼거리던 민재넘 ; 아, 엄마 좋은 생각이 있다.
주말에 해, 내가 주말마다 들어와서 도와줄께.
그제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 활짝 웃습니다.
순간 가슴이 아릿해오며......얼마나 고맙고 기특한지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가 일 시킬까봐 도망가고 피하는데
도리어 엄마 힘들다고 도와줄 날을 자기가 올 수 있는 날로 정하라는데
정말 말만 들어도 고맙다는 옛말이 이런 때에 적용되는 것이겠지요??
옥수수 알갱이를 타내고 난 이 숭탱이는
음메소들 먹이로 갑니다.
알갱이는 깨끗하게 바람으로 불어 지저분한 것과 덜 여문것을 날리고
껍질을 까고 으깨기도 해서 이렇게 통곡과 쌀알, 두가지 상품으로 나옵니다^^
그러고보면 이 옥수수도 버릴 게 하나도 없네요.
알맹이는 사람이 먹고
수염도 잘 말려서 한약재로 들어가거나 마시는 옥수수수염차가 되고
대궁과 이파리, 속 숭탱이는 소가 먹고
그 소는 다시 거름을 내고...
그 거름은 땅으로 돌아가 유용한 양분이 되고
정말 농가에서 순환농법으로 요긴한게 바로 이 옥수수가 맞네요.
어떤분은 이 숭탱이와 수염으로 염색을 하기도 하던데......
그건 안해봐서 잘 모르겠네요.
지난번에 퍼낸 소똥거름을 요즘 밭에 깔고 있는데
올해에도 역시 옥수수를 심을 듯 싶어요.
그나저나...오늘부터 옥수수 씨앗넣으라 그랬는데...
민재녀석,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주말에 하라는데
녀석 시험도 있고...
그냥 오늘 넣어야겠네요.
아......죽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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