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강원권역 정보화마을 순례(2)

삼생아짐 2010. 1. 1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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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을 떠나서 동해안 바닷가길을 쭈욱 달려 정동진에서

 

일박을 했답니다.

 

해가 바뀔 때마다 해돋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정동진이건만

 

저희가 당도한 날은 늦은 밤인데다가 쓸쓸하기 그지없어서

 

기냥 조용히 젤 깨끗해 보이는 모텔을 찾아 곯아떨어졌네요.

 

홍천을 떠나 춘천, 강촌, 양구, 인제, 양양, 강릉을 하룻만에 돌았으니

 

가만히 서 있어도 몸이 앞으로 나아가는 착각이 들 정도로 머리가 흔들리고

 

지치기도 하고...

 

 

하여튼

 

 시간에 쫓겨 쉬지도 못하고...내처 달렸는데

 

휴식을 취하고나니 좀 낫네요. 

 

아침에 차 예열시키느라 미리 내려가서 시동걸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벌벌 떨며 기다리는 울 최후의 보루를 보고,

 

한마디했죠...

 

삼생아짐 ; 아침일찍 모텔에서 나오는 우릴 보고 사람들이 불륜으로 볼까, 부부로 볼까??

 

울 최후의 보루,피식 웃네요.

 

왜냐하면 그 말은 늘 울 최후의 보루가 하던 말이거든요. 

 

사실 어쩌다 서울이나 타 지역에 행사가 있어 모텔에서 잠을 자야 할 때면

 

모텔 특유의 차 번호판을 가리는 주차장과

 

조금 으슥한 분위기 등등이 그런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해요.

 

대답을 않길래 제가 그랬죠, 뭐.

 

삼생아짐 ; 하긴, 내복입는 불륜도 있나...

 

무슨 말이냐면요, 제가 요즘 넘 추위를 타서 내복을 입는데

 

 파커를 벗다가 그 내복 소매끝이 티셔츠 바깥으로 살짝 딸려나오는 바람에...

 

불륜 분위기와는 영~~

 

 

예전에 양양의 박미경님이 울 최후의 보루와 제가 부부인줄을 모르고

 

우리 두 사람 사이가 아무래도 불륜인거 같다고 이순덕관리자에게 얘기하는 바람에

 

그 소리 전해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그후로 두고두고 울 최후의 보루랑 서로 부를때 어이, 불륜~~ 해가면서 웃곤하죠.

 

 

하여튼...햇살도 퍼지기 전, 아침 일찍 동해 청정신흥마을로 달려갔네요.

 

정동진을 지나 산골짜기를 넘고 넘어...

 

동해 청정신흥마을로 찾아가는데...

 

아무리 보아도 '시' 같지가 않아요.

 

 

분명 동해청정신흥마을은 동해시에 속해있건만

 

고개를 넘고 넘어도 여전히 산골짜기...

 

네비가 착각을 했나 싶을 정도로 계속 산골 모습이 나오니

 

김병현 위원장 ; 에이, 곽형규 위원장도 깡촌에 사는구먼...

 

하며 씨익 웃어요.

 

산골짜기에 사는 우리조차도 깡촌이라 여길 정도이니...

 

사실 논이 별로 보이질 않고 산비탈에 밭이 많아 그런 느낌이 드는거죠.

 

김병현위원장 ; 정보화마을 정말 잘 만들었네...

 

그러면서 웃네요.

 

그러게요.

 

이런 곳에 정보화마을이 있지 않으면 정말 문화적인 혜택은 못 누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정보화마을 예찬론자답게 역시나 정보화마을의 필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이거죠. 

 

 

근데 웬걸요...

 

산골짜기 한가운데 멋진 펜션과

 


놀이시설 등이 세워져있어 어찌된 일인가 했더니

 

백두대간 사업과 농촌 전통 테마마을 등

 

이미 농촌 마을 사업을 여러가지 유치하여 기반 시설을 갖춘 곳이었네요.

 

전화통화를 했더니

 

마악 잠자리에서 일어나셨다면서 곽형규 위원장님

 

분홍집으로 찾아오래요.

 

근데 아무리 찾아도 분홍집이 안 보여요.

 

한동안 헤매다가 일러주신대로 찾아갔더니...헐~~

 

황토색 집이잖아요.

 

김병현위원장 ; 에이, 색맹아냐???

 

하면서 위원장님을 놀려대는데

 

그래도 위원장님은 끝끝내 분홍집이래요.

 

 

직접 지으셨다는데 이쁘고 아담하네요.

 

염치없지만 맛난 아침꺼정 얻어먹고...일을 처리하고...

 

집을 나서는데...

 


김병현위원장 ; 정보화마을 위원장 집답네...

 

하길래 보았더니 위원장님 계단옆에 붙은

 

3대 공동 실천 과제...

 

마을에 붙이고 남아서 집에도 붙이셨다고...

 

근데 위원장님의 농촌마을 발전에 대한 각오가 보여서 흐뭇했네요.

 


영서지방 아줌마들이 영동지방에 오면 반한다는 붉은 홍시가 곳곳에 있어

 

사진을 찍었더니

 

 

위원장님이 긴 작대기를 들어 홍시를 따주시네요.

 

삼생아짐 ; 어? 그거 남의 거 아녜요??

 

웬지 함부로 따면 안될듯 싶은데...

 

곽형규위원장님 ; 겨울 홍시가 니꺼 내꺼가 어딨어요??

 

하시며 웃으시네요.

 

그런가요...

 

 

미처 따지 못하고 나무에서 빨갛게 얼어버린 겨울 홍시는

 

분명 손이 모자라서 서리를 맞았거나

 

가격이 없어 안 딴 것

 

혹은 까치밥일 터인데...

 

위원장님이 똑똑 따주시는 덕에 맛을 보았더니...

 

와~~

 

 

정말 달디 다네요. 

 

(까치야, 미안^^)



올려다보고 따다보면 목이 아프실 터인데...

 

여러개를 더 따주셔서 음...먹기도 하고, 챙겨오기도 했네요.

 


김병현위원장도 그 자리에서 얌얌...

 

간밤에 잠들려고 마신 술이 싸악 깨죠.

 

차가우면서도 입안에 맴도는 맛이 얼마나 단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차고 달콤한 홍시의 그 맛은

 

잊을 수가 없네요.

 

 

어렸을 때 저를 길러주신 할머니가 감을 너무 좋아하셔서

 

이 감만 보면 할머니 생각이 나곤 하는데

 

덩달아 저도 이 감을 좋아해서 해마다 가을이면 두 세봉지 사서

 

냉동실에 얼렸다가 요긴하게 쓰죠.

 

아이들이 배탈나거나 설사할 때 이 감 한개를 녹여 먹이면

 

설사가 딱 멎어요.

 

더 따시려는 위원장님을 말리고 떠나오면서

 

삼생아짐 ; 분홍집 아녜요, 황토색집이지.

 

했더니


그래도 분홍집이라고 우기시는 고집탱이 곽형규 위원장님...

 

 

 

음, 어쨌거나 연로하신 어머님과 쌍동이 아들을 비롯한 슬하의 아들삼형제와

 

성격 쾌활한 대학후배 미숙이와 함께 3대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위원장님 모습, 보기 좋았답니다.

 

(울 최후의 보루, 아들 삼형제를 보더니 대놓고 부러워죽겠다고...

 

도대체 남자들 자식 욕심은 끝도 없어요... ) 

 

 

게다가 동해 청정신흥 마을을 위해서

 

곽형규위원장님께서 얼마나 많은 일을 하시는지...

 

척 봐도 알겠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애들 울음소리가 사라져가는 농촌과 국가의 인구성장에도

 

큰 기여를 하고 계시다는 거...

 

(농담이구요...)

 

 

하지만...정말 청정신흥마을이나 여지껏 돌아본 강원권역 다른 마을들을 보면서

 

잘 사는 농촌마을에는 헌신적으로 일하는 의욕있고 성실한 지도자들이

 

꼭(!) 있다는 사실을 알겠네요.

 


다시 차를 달려 도착한 곳은 삼척 산양마을...

 

가는 길에 울창하게 우거진 대나무 숲이 보여 사진 좀 찍자 했더니

 

씨잉~~~ 지나치면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혹은 놀리는건지...

 

한 세그루 정도 서 있는 대나무를 보고

 

"야, 저기두 대나무 있다!"그러는 거예요.

 

내참...

 

하여튼 창작활동에 도움 안 주는 건 뭐있어요.

 

 

그날은 주민총회 날이라 다들 마을회관으로 모이시는 중이네요.

 

지난번 위원장님이랑 이장님께서 나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시고

 

동네 주민분들께서도 반갑게 맞아주시며 '강원도청의 연송흠' 주사님 안부를 물어보네요.

 

예전에 이곳 삼척에서 근무하셨던 적이 있는지라

 

주민들께서 그때 일을 말씀하시며

 

연주사님 칭찬이 끊이질 않네요.

 

정말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신다고...

 

그러게요, 떠나온 뒤에도 남겨진 주민들이

 

이렇게 좋은 말씀으로 추억하는 거보면 은근히 부럽기도 하고

 

또한 연주사님의 열정은 익히 알고 있어서 존경스럽기도 하네요.



산양마을은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여성분이 위원장님을 맡고 계시죠.

 

김숙희위원장님이신데......

 

펜션을 운영하고 계시다면서 산양마을에 와서 잤으면 좋았을거라고 말씀하셔서

 

약간 아쉽기도 했네요.

 

참 이상하죠??

 

펜션하면 어쩐지 가족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니깐요.

 

(그렇다고 모텔이 전부 야릇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건 아녜요, 아시죠??)

 

  

산양마을은 녹색농촌 체험마을을 함께 하고 있어서

 

체험부분은 녹색농촌 사무장이

 

그리고 정보화마을 전자상거래 부분은 프로그램 관리자가 맡고 있네요.



이곳에도 역시 빨간 홍시가 눈길을 잡아끌고...

 

나즈막한 담장하며, 사투리섞인 말씨들, 한옥들, 일자형집안 구조가 남쪽마을 분위기가 많이 나서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착각이 드네요.

 

 

하긴 여기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강구, 울진, 영덕...영해...

 

제 고향이 나오죠.

 

내처 남쪽으로 더 달려서 고향에 가고픈걸...

 

중얼거렸더니...

 

다음에 다시 오자고 울 최후의 보루, 달래주네요.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저희 애틋한 그리움을 잘 알기 때문이죠.

 

 

수구초심...

 

고향을 향한 그리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수가 없네요.

 

살면 살수록 더욱 그리워지는게 고향이네요.

 

요즘들어 부쩍 더 가고싶고, 그러네요.

 

(나이가 들었다는거죠.)



마을을 돌아서 나오는데...

 

마늘쫑 뽑기 체험을 많이 하는 마을답게

 

역시 마늘밭이 꽤 넓어요.

 


일정이 바쁘다고 차 한 번 안 세워주는 통에

 

저도 이젠 실력이 늘어서

 

달리는 차 안에서 차창밖으로 카메라를 내밀어 찍었어요.

 

근데 하나도 안 흔들리고 잘 찍었죠??

 

역시 사람은 무엇에든 적응하며 살게 마련인가 봐요.

 

(다음에 내가 운전할 때 차 세워주나 봐라,

 

볼 일 보고 싶다 그러면...그럴거에요.

 

삼생아짐 ; 거기 물병있어!!!)

 

......

 

안될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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