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GS입점기

삼생아짐 2009. 6. 2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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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금 깍쟁이이길 원하는 편이다. 알뜰한 살림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물건을 하나 살 때에도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적은 별로 없다. 늘 필요한 것을 적고, 그리고 그 필요한 목록대로 물건을 구입한다.

그래서 쇼핑을 할 때에도 2 주일에 한번,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편으로, 쇼핑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들이 계시는 춘천에 올 때면 값이 저렴하고 품목또한 다양한 GS마트에 들러 공산품등의 물건을 구입하곤 한다.

그런데 GS리테일과 강원도, 그리고 강원권역 정보화마을이 MOU를 체결하고, 정보화마을 농특산물 판매장을 개설한다고 한다. 3월 6일, 입점 제막식과 함께 펼쳐진 정보화마을 특산물 장터에 삼생마을을 비롯한 강원권역 19개 마을이 참여하여 마을 특산물을 판매하고, 체험도 진행하는 행사를 펼쳤다.

늘 물건을 구입하러 오던 이곳에 판매자가 되어 판매대를 설치하고, 고객의 시선을 잡고, 물건을 팔기위해 목청을 높이고...

조금 어색한 감도 없진 않다. 그렇지만, 각각의 작은 마을에서 이렇게 큰 판매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판매처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 법, 정보화마을 농산물의 우수성은 잘 알고 있던 터였기에, 진정으로 이번 협약 체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 따라서 특산물 장터도 당장의 판매실적보다는 우리 정보화마을 농산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고정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행사 첫날은 따뜻하던 날이 갑자기 싸늘해진 탓인지 실내매장엔 손님들이 많았지만, 이층 바깥 행사장 쪽에는 많이 들르질 않았다. 게다가 우리 마을에서 들고 나온 건 시원하고 달콤한 고로쇠수액. 고로쇠수액을 채취하는 산은 우리 삼생마을에서도 골짜기 중의 골짜기라는 마리소리골 악기 박물관이 있는 검산리 깊은 골짜기 진등계곡, 수액맛이 약간 달콤하면서도 혀끝에 감도는 여운이 맑고 깨끗하다.

한번 맛만 보면 다들 살거라는 자신을 가졌는데, 너무 추우니 공짜로 맛을 보라해도 지나치는 분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는 듯 싶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 고로쇠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센터로 찾아와서 많이 팔아달라고 부탁했던 마을 주민들의 얼굴도 떠오른다. 이른 봄, 마땅한 돈벌이가 없어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고로쇠나무에 구멍을 내고, 그 물을 받아 무거운 물통을 들고 오르내리며 받아온 물을 판매하는데, 들어간 경비랑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장정 한 명당 3만원 일당도 되지 않는다 했다. 그래도 봄철 한 달,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 몸을 놀릴 수 없어 작목반을 조직하고 하는 일이라 했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농촌에서 이렇게라도 부지런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생산한 특산물......내일 더 가져오라해야 할지, 어쩔지 조차 걱정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저녁 어둑해질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일곱시 너머, 이제 판매대를 접어야지 싶은데 한 모자가 왔다.

"엄마, 물 먹고 싶어."

“고로쇠물 줄까??”

했더니 꼬마가 “저 돈 있어요.”하며 금화 두 개를 내민다.

헐~~초콜릿껍질!!!

아이의 엄마가 당황해서 깜짝 놀란다.

'이해의 선물'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돈의 개념을 모르는 소년하나가 사탕가게에서 버찌씨를 내고, 사탕을 사면서 “모자르나요?”하면서 아저씨를 쳐다보자, 사탕가게의 주인아저씨가 "너 지금 놀리냐??"하고 아이를 야단치기보다 "아니, 조금 남는구나." 하면서 아이에게 거스름돈 2센트를 내어주어 아이의 순수함을 지켜준다는 내용...

거스름돈 대신 고로쇠물 작은 병 하나를 아이에게 주면서 그 꼬마의 순수함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꼬마의 엄마또한 어르신들에게 좋은 물이라고 했더니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께 10개짜리 한 박스씩 두 박스를 구입했다.

모자가 가고 난 다음에 보니, 물병위에 나란히 놓여져 있는 금화 두 개... 요즘같이 힘든 때, 춥고 늦은 시각, 부모님을 생각해서 적지 않은 큰돈을 부모님을 위해 고로수액 두 박스를 보낸 아름다운 마음씨의 아이엄마와, 두개의 초콜릿껍질을 돈이라며 물병 위에 나란히 놓고 간 꼬마아이...

거의 이날의 마지막 손님이었는데, 하루종일 춥고 피곤했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준 모자와의 만남이었다. 아마도 이 아이는 제 엄마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닮아 이담에 남을 배려하고

부모님께 효도할 줄 아는 훌륭한 아이로 자라나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며 자란다는 말도 떠올랐다. 주머니 속에 꼬마가 준 금화 두 개가 어쩐지 행운이 될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부터 날이 조금 풀리고, 주말이라 그런지 첫날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이 방문했다. 영월의 사과와 더덕, 화천의 과즐과 동해청정신흥마을의 곰취는 정말 불티나게 팔린다. 바로 옆 코너의 진부령 흘리의 황태포와 다시마, 그리고 송천떡마을의 떡도, 철원 누에마을의 밑반찬과 황둔 송계마을의 들기름과 잡곡류도 꾸준히 판매된다. 배꼽마을의 유정란도 고소하고 맛난 달걀지짐 덕인지 완전 매진됐다. 금액은 별로 많지 않지만,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팔진 못해도 사람들이 와서 보는 것 자체만 해도, 그리고 강원도내 정보화마을이란 곳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만 해도 첫 시작치곤 큰 성과란 생각이 든다.

“안 사셔도 돼요, 맛만 보세요!”

“정말 안 살건데??”

“진짜 안 사셔도 돼요.”

둘째날 다녀가신 어르신, 정말 맛만 보시길래 작은 거 한 병 그냥 드렸다. 그랬더니 다음날 오셔서 세병을 구입하셨다. 우리 마을 김병현 위원장, 꼬마들만 지나가면 고로쇠수액이 무엇인지 공부해야한다고, 고로쇠액 먹이면서 나무가 얼었다 녹으면서 뿌리에서 빨아올려 뿜어내는 자연원리 설명하고, ‘자연의 맛’을 설명한다. 인스턴트 음식, 각종 감미료와 색소로 뒤범벅된 아이들의 입맛에 순수한 우리 자연의 맛을 심어주는 것, 이또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우리 농민들이 해야 할 몫이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고로쇠의 맛을 좋아한다. ‘건이’라는 꼬마는 고로쇠 물병을 보자마자, 엄마더러 꼭 사가지고 가자고 조른다. 한시간 너머 끝난 쇼핑 후, 건이의 손에 이끌려 건이엄마가 매장을 찾아와서 고로쇠수액을 구입해 주셨다.

고로쇠에는 성장기에 필요한 칼슘과 칼륨, 비타민, 이온 등이 함유되어 있어 어르신들에게 좋고, 여자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은 천연음료이다. 물건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농산물의 장점과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날에는 물건이 모자라서 더 가져올걸, 슬며시 후회스럽기도 하다. 대신 마을 리훌렛을 열심히 나누어 드렸다. 덕분에 마을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가입하는 회원도 생기고, 고로쇠맛을 보신 분들 중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는 분들도 계셨다.

늘 그렇듯 새로운 시작에는 기대를 걸기 마련이다.

막상 그 일을 시작했을 때, 기대보다 못할 수도 있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볼 때도 있다.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농산물 판매와 자매결연사를 통한 직거래 판매, 그리고 각종 행사와 축제때마다 우리 마을 농산물을 들고 나가 판매도 했지만, 늘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가 좀 더 많은 판로의 확보이다. 이번에 정보화마을과 GS리테일과의 협약이 이루어짐으로써, 그리고 GS마트내에 정보화마을 상설 판매장이 마련됨으로써 우수한 우리 농산물을 제 시기에 알맞게 판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 물론 이렇게 확보된 판매의 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인 우리들 농민의 의식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의 눈을 갖는 것,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생산자의 관점에서 하나라도 더 팔자고 덤벼드는 게 아니라, 제대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를 제 값 받고 판매한다는 생각으로, 책임의식을 갖고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박 삼일동안 정보화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특산물을 제것처럼 소중히 여기고 판매에 힘써준 각 시,도청 공무원분들, 위원장님, 관리자들, 주민들... 그리고 정보화마을 주민들에게 판매의 장을 기꺼이 내어주신 GS리테일 관계자분들, 무엇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보화마을 특산품장을 찾아 많은 설명에 귀기울이고, 기꺼이 구매해주신 고객분들게 감사드리며, GS리테일과 우리 정보화마을, 그리고 강원도의 동반자적 관계가 굳건히 지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