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고향냄새

삼생아짐 2008. 12. 17. 07:23
728x90

요즘...한동안 마음 심란해서 잘 웃지도 않던 제가...

 

오늘 저녁 사진을 들여다보며 혼자 깔깔 웃으니깐

 

울 옥떨메딸...

 

"엄마, 왜 그래??? 실성한 사람처럼??"

 

하며...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대요.



근데 보면 볼수록 정말 웃음이 나요...

 


어릴적에 심심하면 그림을 그리곤 했어요.

 

쉬는 시간에도 그리고...

 

점심시간에도, 조회시간에도....

 

어쨌든 자리에 앉기만 하면 연습장이든 공책 한 귀퉁이든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잘 그리는 그림도 아니지만 하여튼 저도 모르게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제 그림을 본 선생님께서 마악 웃으시며

 

"꼭 저 닮은 그림 그렸다고..."

 

그림또한 그리는 사람을 닮는다네요.

 


키가 작은 사람은 키작은 그림을...

 

키 큰 사람은 키 큰 그림을...

 

하여튼 저처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몇 몇 아이들

 

공책을 가져다가 아이들에게 비교하며 보여주시는데...정말 신기하대요.

 

다들 꼭 자기 닮은 꼴로 그림을 그려놓았더라구요.

 


근데...요즘 집집마다 다니면서 보니깐 다들 메주를 쑤어서

 

매달아 놓으셨는데...

 

이 만들어진 메주도 주인댁의 덩치와 성품과 이미지를 닮았더라구요.

 


오동통하고 이쁘장한 우리 성호형님은 메주도

 

큼직큼직 매끈하고 다른 사람들 만들어놓은 메주의 약 두배정도 크기...

 

메주를 보는 순간 절로 비명이 헉~~~

 

(정말로 크고 이뻐요.)

 


봄부터 초겨울꺼정 열심히 일 하시는데

 

농사짓는 사람 답지않게 피부도 희고 이쁘죠...

 

형님은 뚱뚱하다지만 제가 볼 땐

 

체격이 큼직큼직 보기 좋고 이쁘기만 해요.

 

(지금도 쌩얼이예요.)

 


작년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컴을 배우기 시작하신 라순옥님...

 


진즉부터 찾아뵙고 컴을 손봐드리기로 했는데

 

계속 일이 밀려서

 

어제야 겨우 찾아뵈었어요.

 

지난 주에도 아이가 아프고, 계속 손님 찾아오고, 정산작업이랑...

 

하여튼 계속 일이 생겨서 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해 넘 죄송했어요.

 

 


라순옥님 내외분 반갑게 맞아주시는데

 

거실 들어서자마자 메주 냄새 난다고 미안해 하시는데...

 

참 이상해요.

 

자랄땐 그 냄새가 그렇게 난처하더니

 

어른이 된 지금은 익숙한 고향의 냄새라 좋기만한걸요.

 

 

거실 한귀퉁이 나란히 나란히  줄지어 매달린 메주가 얼마나 작고 얇고 이쁜지...

 

제가 찍고 또 찍었네요.

 


보세요, 아담하고 날씬한 라순옥님 닮았죠??

 

미스코리아가 아닌 미씨즈 메주 어머님...

 


요건 또 어떤 댁 메주냐구요???

 


재작년꺼정 마을 운영위원이시자 생곡2리 마을 이장님이셨던

 

석진태님 댁 메주지요.

 

그러고보면 저도 참 빨빨거리고 잘 돌아다니죠??

 

어제 하루에 찾아다닌 집이 이렇게 기본 세 집이 되니요...

 

 

수더분하고, 재미있고, 말솜씨 좋고...

 

게다가 재주도 좋고 성격도 좋은 울 형님이랍니다.

 

이 형님과의 사이에는 추억도 많죠.

 

음...여기에 차마 올릴 수 없는 약간 야(?)한 야그도 많이 알고 계시고...

 

이 형님 옆에 있음 시간 가는줄도 몰라요.

 

 

하여튼 저로 하여금 늘 배꼽쥐고 웃게 만드는 진국인 형님입니다.

 

 

지금 찜통안에는 3년전부터 잡기로 했던 토종닭이 한마리 떠억하니

 

자리잡고 있구요...

 

3년동안 더키워놔서 얼마나 커졌는지 찜통이 꽈악 차요.

 

(결국 이 토종닭이 오늘에야 세상을 떴어요...

 

오호, 통재라~~)

 

 

 

정말 오랫만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하는데...

 

이 형님이 만든 메주도 제법 큼직한게 형님을 많이 닮았더라구요.

 

 

게다가 메주틀 바뀐다고 이름꺼정 새겨서...

 

마악 웃었는데...형님, 왜 웃냐고...

 

남 빌려주면 자꾸 바꿔서 갖고 오는 바람에 아예 이름 새겨놨다는데...

 

 

하여튼 요즘 집집마다 메주뜨는 냄새가 진동을 해요.

 

 

덕분에 저의 집 냉동실엔 청국장이 넘쳐나구요...

 

메주콩을 삶으면서 조금씩 덜어내어

 

청국장을 만드시는데

 

저더러 먹어보라고 다들 몇 덩어리씩 가져다 주시는데 이게 냉동실 한가득...

 

일년을 두고 먹어도 이상이 없고,

 

시중에서 먹는 청국장과는 비교도 안되게 맛있어요.

 

 

참 이상해요...

 

요즘은 달콤하고 화려한 향수냄새보다

 

이렇게 메주뜨는 냄새랑 잘 발효된 청국장냄새가

 

더욱 편안하고 좋아요.

 

 

냄새에 관해서라면 다른 어떤 누구보다 예민하고 까탈스럽던 제가

 

이렇게 바뀌어버렸으니....

 

 

울 딸, 제가 다 때려치우고 도시로 가서 청국장집이나 열까, 했더니

 

하루종일 냄새 달고 살아야하는데 어쩔거냐구...

 

그러는 녀석이 밥먹을 때 청국장 끓여놓으면 제일 먼저 숟가락 가면서요...

 


어쨌든 이렇게 메주쑤는 법도

 

청국장 만드는 법도 울 형님들 세대 지나가면 맥이 끊길거 같아...

 

저도 배워야하는데...아직 자신이 없네요.

 

그러고보면 울 최후의 보루 말이 맞아요.

 

삼생아짐 = 무늬만 주부...

 

 

 

 

'농촌마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 5회 강원도 정보화지도자 대회  (0) 2008.12.25
사랑의 쌀  (0) 2008.12.18
농산물 직거래를 하면서...  (0) 2008.12.09
아름다운 선녀님^^  (0) 2008.12.08
펀치볼 마을 여러분, 반가웠습니다.  (0) 2008.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