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웰컴 투 동막골을 보았는가?
창고에 던져진 수류탄 하나에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푸른 하늘가득 날아올라 하얀 함박눈처럼 온 동네에 펑펑 나리던 장면.
그랬다. 푸른 솔밭 한가운데 뻥튀기를 설치하고, 서로서로 공식적인 인사를 마치면서 삼생마을 찰옥수수 강냉이가 솔밭가득 날아오르는 장면을 상상하며 기계를 돌렸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
도대체 열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실습을 몇 번을 했는데...
새로 기계를 구입하고, 여러 번 튀겨보면서 까맣게 태워보기도 하고, 또 너무 안구워지기도 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새까맣게 탄 거 먹지도 못하고... 튀겨진 거 반, 딱딱한 옥수수 반, 너무 퍼드러진거... 가지가지 강냉이가 다 나왔다. 남편이 애써 튀긴 거 버리면 서운해 할까 봐 멀쩡한 거 보물찾기 하듯 골라골라 먹었다. 놀러오곤 하는 이웃집 녀석들 한웅큼씩 안겨줬더니 슬금슬금 고개를 젓는다.
남편이 창고에서 뻥튀기 하는 날, 애들과 나는 차 뒤에 숨어서 강냉이 한 번 튀길 때마다 이번에는 먹을 수 있을까, 없을까 서로 내기를 걸기도 했다.
어쨌든 기계를 가지고 몇 날 며칠 연습한 것은 사실인데 아직 그 기능이 완전히 파악이 안 되었나 보았다. 아니면 기름칠이 부족했던가.
터져야 할 때 터지지 않으니 남편도 옆에서 거들던 운영위원도 순간 당황했다. 겨우겨우 압력이 차올라 여는 순간 남편과 동네 운영위원은 손가락과 다리를 데고 말았다. 화상을 입었다는 말도 못 한 채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가 퍼지면서 깔아놓은 포장 위로, 그리고 앉아 있는 아이들 머리위로 하얗게 튀긴 강냉이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름하여 옥수수 축포.
남편의 다리가 데었건 말건, 가슴이 새가슴이 되었건 말건 아이디어 하나는 기가 막혔다.
아이들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강냉이를 서로 잡으려 손을 내밀고, 어린 시절 던져서 입에 넣기 하던 식으로 입을 벌려 받아먹기도 하고... 깨끗한 포장위에 떨어진 강냉이는 오며가며 주워 먹기도 했다. 티셔츠 앞자락에 양껏 움켜 담는 녀석, 모자에 담는 녀석...
인근의 인삼 재배농가로 이동, 오전의 옥수수랑 고추모종 심기 체험에 이어 두 번째 체험이 시작되었다. 인삼화분 만들기.
지구 온난화 탓인지, 환경오염 탓인지 언제부터인지 남부지방에서 재배되던 인삼이 우리지역에서도 재배되기 시작하고, 그 질도 좋아 인삼은 홍천의 5대 특산품중의 하나가 되었다. 삼생마을 주민들도 단위 면적에 비해 최고 소득이 적은 벼를 대체하여 인삼을 심기 시작, 지금은 삼생마을 곳곳에서 인삼 재배지를 볼 수 있다.
심은 지 약 2년 된 인삼을 채취하여 화분으로 만들어 가져가는 체험인데, 위원장이 2년산은 너무 어려 보인다며 3년 된 인삼을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제공해 주었다. 화분 값이 너무 비싸 도무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투덜거린 부위원장의 심기를 헤아린 덕분이었다.
어떤 체험객이 슬금슬금 개수를 눈으로 재어 보더니 심기는커녕 날름 집어서 흙을 탁탁 털고 입으로 가져간다. 지켜보던 남편이 씨익 웃으며 한마디 건넨다.
“지난 밤 술이 과하셨군요. 인삼을 심은 화분은 집에 가져 가셔서 잘 키웠다가 술 잔뜩 드시고 난 후 뽑아서 드십시오. 물론 그럴 일이 없길 바라지만...”
갑자기 아이들이 원성을 터뜨린다.
안 봐도 훤하다. 아이는 제 손으로 손수 심은 인삼이 자라기만을 기다릴테고, 어느 날 술이 과한 아빠가 만약 뽑아 먹는다면 난리 날 터. 자기 손으로 손수 심은 식물이 자라나 꽃 피우고 열매 맺는 과정을 보는 것, 즉 생명탄생의 신비와 함께 생명 성장을 보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인가.
화분에 얌전히 심겨진 인삼은 그 자태가 늘씬한게 생각보다 예쁘다. 꽃이 피면 더 아름답다지만 화분에 오롯이 심겨진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인삼 이파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니 슬슬 맘속으로 딴생각 든다.
인삼이랑 산삼이랑 같은과랬지?
올 봄엔 만사 제쳐두고 산으로 올라 볼까나??
혹, 알아? 또 여자심마니 하나 생길지... 꿈 잘 꾸면 말이야.
입가에 미소가 절로 감도는데 아니나다를까, 내 속을 열두 번도 더 들여다보는 남편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옆에 있었음 벌써 군밤 한 대 먹었다. 그래도 좀 미련이 남는다, 결혼하고 처음 이 산골에 들어왔을 때 물 팔아먹자고 내가 그랬더니, 봉이 백선달이냐고 펄쩍 뛰었던 사람이 남편인데......지금 물 얼마나 잘 팔려?? 내가 이래 뵈도 쬐금 미래를 내다보는 거 아닌가?
하긴, 부자는 아무나 되나.
체험객들이 한편에선 미니지게를 깎고, 다른 한편에선 숯불을 피워 오리숯불구이에 감자를 먹는 동안 파우치에서 대일밴드랑 연고를 꺼내들고 남편을 치료해주는데 남편이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 주사도 못 맞을 정도로 엄살 심한 사람이 아프다는 내색도 못하고 체험진행하는 걸 보니 정말 책임이 무겁긴 무거운 모양이다.
숯불위에서 채 오리가 익기도 전에 서로서로 집어다 먹느라 야단이다.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처음 먹어봤단다. 내가 누구야, 내 요리 솜씨인걸. 기분 최고다. 어제 오리가지고 그 난리를 쳤건 어쨌건 그래도 내 솜씬 꽤 괜찮은 모양이다.
식당 포기했던 거 다시 슬그머니 후회된다. 내 머릿속에선 벌써 식당 문이 열두 번도 더 열리고 닫혔다.
세 군데에 불을 피웠는데도 사람들이 미처 익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이쪽저쪽으로 오가며 집어 먹는다. 군청에서 나온 계장님이랑 마을 사람들이랑 담당주사는 근처에서 젓가락질 한 번 해 볼 기회도 없다. 얼마나 다들 맛나게 먹는지 정말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지게 깎느라 심취해서 불 옆에 오지도 않았던 몇 몇 사람들은 뒤늦게서야 참여해 몇 조각 먹어보더니 애석한 얼굴이다. 숯불 속에서 구워지는 감자 꺼내서 엄마와 아들이 실랑이하며 먹는다. 먹는 거 갖고 엄마랑 아들이 싸우다니... 역시 삼생마을의 맑은 공기가 입맛을 살려주나보다. 게다가 피톤치드 솔 솔 풍겨 나오는 솔밭에서 송림욕까지 하니, 내가 생각해도 삼생마을 체험은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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