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국외)/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돌로미티로 첫째날

삼생아짐 2024. 12. 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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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요맘때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한달간 갈 이탈리아 여행을 앞두고 설레어하며 여행 계획을 짰었지요.

서방님과 이탈리아 사는 제부는 열심히 카톡으로 일정을 짜면서 

서방님이 스위스의 조용한 별장에서 며칠 아무 생각도 안하고 푹 쉬다 왔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제부가 돌로미티란 곳을 적극 추천하더라구요.

 

우리보다 먼저 1년 정도 이탈리아에서 연수를 하던 아들녀석 사진에도 돌로미티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곧잘 올라오고

 

몇 달 먼저 여행 다녀온 오빠 사진첩에서도 멋진 풍경들이 올라와서 돌로미티에 관해 

어떤 환상(?) 비슷한 것을 가졌더랬지요.

근데, 막상 이탈리아에서 동생내외와 얘기하는데

여동생이 

- 나 돌로미티 싫어.

하면서 정색을 해요. 

- 나 돌로미티 가면 안갈거야.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 싫다고 하길래 왜그러나 은근 이상하게 느껴졌었지요. 

(둘째날 돌로미티 곳곳을 드라이브 하면서 왜 동생이 질색을 했는지 실감...ㅠㅠ)

 

그래도 제부가 적극 권장해서 이탈리아에서의 첫 여행지로 돌로미티를 가기로 했습니다. 

 

동생네가 사는 밀라노에서 약 네시간 거리 

이탈리아도 워낙에 넓은 지역이라 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는데 멀리 알프스 산이 계속 보입니다.

작년에 호주 갔을 때에도 블루마운틴을 바라보며 몇 시간 동안 달렸던 기억이 있는지라

역시나 이 나라도 가시거리가 꽤 멀다는 것을 느꼈지요.

 

가는동안 휴게소마다 들르고,

네시간을 줄기차게 달려 도착한 돌로미티 

 

돌로미티 산 바로 밑에 있는 산타크리스티나 마을 입구입니다. 

 

도착하자마자 케이블카 패스를 끊고

 

해발 2,518미터 봉우리의 세체다 산을 오릅니다. 

 

1인당 34유로,,

우리 돈으로 약 45,000원 정도.

한번 오르는 비용치곤 싸지는 않죠.

 

근데...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케이블카를 타네요.

알고보니 이 사람들은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돌로미티를 찾아 하루종일 스키를 타는 스키어들...

밤 늦게까지 이틀내내 스키를 탈 수 있으니 리프트 비용 45,000원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죠. 

 

스키 장비를 갖추지 않은 사람들은 우리 일행뿐...ㅠㅠ

동생네도 예전에 아이들 어렸을적에 이곳으로 스키타러 오곤 했다는데

동생이 조카들 둘 델고 스키 타면서 장비 챙기고 엄청 힘들었다면서도

스키 즐기러 온 사람들 보더니 

다시 타고 싶다고 하네요. ㅎ 

 

케이블카에 마주 앉은 동생 내외

어느덧 이탈리아 생활이 반평생이네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서 내려다보는 알프스산의 경치 

멀리까지 보이는 경치가 정말 멋집니다. 

 

눈에 덮힌 바위산들

 

곳곳에 우뚝 솟은 바위산을 보면서 돌로미티의 광활함을 느껴봅니다. 

돌로미티 산맥에는 이렇게 멋진 산봉우리들이 많은데 그중 18개는 3,050m가 넘는다고 하네요. 

 

최고봉은 마르몰라다 봉(3,344m)인데 그 남쪽 면은 높이가 610m인 절벽이라고 합니다.

이 산맥과 독특한 바위들은 18세기 프랑스 지질학자인 디외도네 돌로미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으로,

그는 처음으로 이곳 산맥과 그 지질적 특성을 과학적으로 연구했다고 하네요.

 

지질학적으로 돌로미티 산맥은 돌로마이트화(化)한 밝은 석회암 즉 돌로마이트(dolomite, 백운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침식작용 때문에 기기묘묘한 형상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설악산은 돌로미티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ㅠㅠ

 

들쭉날쭉한 톱니 모양의 산꼭대기 모습

암석투성이의 뾰족한 산봉우리,

부서져내린 석회암 암설의 퇴적물,

깊은 산골짜기,

비교적 낮은 높이에 있는 경사가 급한 수많은 암벽 같은 지형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2009년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도 선정된 돌로미티...

 

보다 높은 곳에는 빙하작용으로 형성된 특징물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지역에는 모두 41개의 빙하가 있다고 합니다. 

(다음날 갔던 카레쨔 호수도 그 빙하의 일종^^)

 

고도가 낮고 덜 험준하며 바위 퇴적물이 쌓여 있는 경사면들은 한때 수목으로 덮여 있었으나

지금은 초원이 산재한 몇몇 삼림지만이 남아 있다고 하네요. 

 

정상에 도착하니 갑자기 이곳저곳에서 척척 스키를 내려놓는 소리가 들립니다. 

 

해발 2500미터의 세체다 정상.

 

신나게 계곡을 내려가는 사람들...

 

너무 광활하여 한달 혹은 반년동안 머물러도 다 못 볼듯하네요.

 

지금은 눈과 얼음과 바위산의 절경이지만(마치 아이스크림 혹은 케잌의 생크림같다.ㅋ)
곳곳의 등선이 스키 코스라 세계에서 찾아온 스키어들이 새벽부터 제한시간까지 미친듯이... 스키를 즐긴다네요. 

 

케이블카만 5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바로 다음날 돌로미티 산맥을 따라 드라이브하면서 곳곳에 설치된 케이블카와 

스키 활주로를 확인했네요. 

 

 

어린아이들도 블랙코스를 탑니다. 

해발 2500미터에서부터 타고 내려오는 스키 타기의 짜릿함이란 말로 다 표현 못하겠지요.

 

그냥 바라만 보아도 아찔한 곳을 달리며 내려가는 그 속도감이란...

 

봄부터 가을 기간엔 온통 푸른 초지라 트래킹 코스로 최적이고

암벽타기며 그 험하기가 이루 말 할 수 없어

예전에 지리산을 훨 훨 날아다녔다던 제부의 지인도 이곳에서 6박 7일 트래킹하더니

마지막날엔 배낭이며 평생 등산하며 소중히 아끼던 장비들을 무겁다며 몽땅 버리고왔다고 하네요. ㅋ

 

제부도 조카 녀석에게 가이드를 붙여 이곳 트래킹을 추진해 볼 예정이라는데

온통 하얀 이 눈밭이 파란 초지로 뒤덮이면 정말 멋지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얀 눈과 파란 하늘을 원없이 바라보고 

 

뒤늦은 점심식사

 

빵과 콩스프, 감자튀김과 맥주 두어잔으로 허기를 때우고...

스키어들의 눈요기감도 되어주고...ㅠㅠ

(스키장비 없이 올라 돌로미티 산을 즐기고 있는 동양인들..ㅋ)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옵니다. 

 

우리가 묵게될 산타크리스티나 마을도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