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우리 마을은 우리 손으로 깨끗하게

삼생아짐 2018. 4. 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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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이 팔찌 이쁘지?



동네 형님, 반짝거리는 팔찌하나 주워서 손목에 얼릉 차고 자랑하네요.

또다른 형님은 금(?)시계도 차고 흔들고, 또 어떤 형님은 카셋트 테이프 들고서 춤추자네요. 직접 흔들며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요.

핸드폰 들고 여보세요~~하시는 형님도 있고, 빈 막걸리병이랑 소주병 들고 한 잔 하자며 따르는 시늉도 하고...^^;;

 


오늘은 동네 폐품 수집하는 날입니다.



아침일찍부터 각각의 농가에서 분리수거해 모아 놓았던 농약병, 폐비닐, 공병, 음료수캔, 부탄가스캔, 비료푸대, 소주병...
모두모두 모아서 동네 청소도 하고 팔아서 부녀회 기금도 세웁니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모우면 '돈'이 되네요.




쌓아놓은 비닐양이 엄청나니 부녀회장님 좋아하네요. 저거 다 돈이라고..ㅋ

처음엔 집집마다 트럭으로 한가득씩 싣고 와서 저걸 언제다하나...속으로 한숨 쉬었는데...웃고 떠들며 하니 세시간만에 끝나네요.




역시 사람손이 모이니 무섭습니다.

집에 모아 쌓아놓았던 폐품들 치우고나니 속이 더 시원합니다.  



정리 끝나고 여내골 내려오는길...처음 시집와 세들어 살던 집이 보이네요.

지금은 사람이 살지않아 거의 폐가가 되었는데, 아궁이에 나무때고 펌프질해서 가마솥 한가득 채워 자글자글 물이 끓으면 가슴 뿌듯하게 부자가 된 느낌.


울 친정엄마는 다니러 오셨다가 한숨쉬시며 나가셨지만 제게는 추억의 신혼집이었어요.
우리 수향이 저집에서 다섯살때꺼정 자랐는데 일하다보면 집앞 개울에 굴러떨어져 울고 있고, 겨울이면 손과 발, 볼이 얼어서 빨갛게 사과가 되곤 했던 기억들...
천장에 고양이가 새끼를 쳐서 서방님 예비군 훈련 갔을때 우당탕쿵탕 난리를 쳐서 엄청 공포에 떨었던 기억들...
불 때고 난 숯 화로에 담아다가 개울에서 잡은 물고기 구워먹고...고등어도 구워먹고, 김도 굽고...
정말 추억의 집입니다.

젊어 고생이 나이 드니 추억된다는 말,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