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러보았을 노래 바로 소양강 처녀인데요,
그 노래의 주인공 소양강 처녀상이 우뚝 서 있는 춘천의 소양강에는 동족상잔의 비극, 한국전쟁의 아픈 역사가 아직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는 다리가 있습니다.
춘천을 상징하는 강, 바로 그 소양강을 남과 북으로 가로지르는 소양1교인데요, 이른 아침, 이곳에 서보면 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참으로 멋진 곳이기도 합니다.
소양1교는 길이 395m 폭 6m로 1933년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다리입니다.
그러니까 다리의 나이는 무려 84세
다리 곳곳에 핀 오래된 이끼가 그 세월을 말해주는 듯 싶습니다.
소양 1교는 한국전쟁 당시 북에서 쳐들어온 북한군이 소양강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다리였기 때문에 이곳을 저지하려는 국군들과 강을 넘고자 하는 북한군들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일명 춘천대첩
(이 춘천대첩은 다음 기회에 다루겠습니다)
지금도 이 다리에는 그때의 포탄과 총탄 자국들이 곰보 상처처럼 다리 곳곳에 남아 있어 일명 곰보다리라고도 불리우는 다리입니다.
다리 밑, 움푹움푹 패인 흔적, 보이시죠?
게다가 이곳에서는 해마다 투신자살자들이 발생하여 다리 중간중간에 생명의 전화와 인명구조함이 설치되어 있고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간절한 문구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다리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한없이 바라보고 있다보면, 우리들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과 한순간의 그릇된 생각으로 그 삶을 놓아버린 사람들, 그리고 이념의 엇갈림으로 죽어나간 많은 사람들의 넋이 느껴지기도 하는 다리입니다.
누군가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이 한없이 지루하다면, 혹은 너무 고달프다면 새벽시장을 나가보거나 망자들의 넋이 떠돌고 있는 공동묘지 혹은 화장터를 가보라 한다지요?
사실 태어난 이유를 찾아도 답이 없고, 이유도 없이 한없이 불안하고 막막하고, 삶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몹시도 방황하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저 또한 공동묘지와 화장터를, 그리고 새벽시장을 나가 한없이 앉아 있다 오곤 하던 시절도 있긴 했었지요.
'당신이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다. '라는 글귀 등을 일기장 한 귀퉁이에 적어 놓으며 단 하루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도록 마음을 다지던 시기도 있었고요.
늦게 피는 꽃은 있어도 피지 않는 꽃은 없습니다.
다리 중간중간에 붙어 있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는 글귀들
한송이의 꽃으로 피어났다가 조국을 위해 청춘을 안타깝게 몸 바친 넋들을 생각한다면 더 열심히 살아야겠죠?
소양1교는 춘천을 배경으로 했던 오래전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타이틀영상으로 오랫동안 전국의 안방에 등장하기도 하였고 많은 영화속에도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하창수 작가의 소설속에도 등장합니다.
'숨막힘'
- 하창수 저
타락한 언어의 시대, 글의 정령이 띄우는 메시지
어느날, 글의 정령이 세상 한가운데로 내려앉는다.
한 여인을 찾아 떠나는 어느 소설가의 도전적인 여정, 글의 정령이 들려주는 얘기 속에서 드러나는 숨막힘의 진실.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거짓과 진실을 분간할 수 없는 숨막히는 세상, 겨울비처럼 촉촉하고 마력적인 문장 속에 펼쳐지는 상처받은 영혼들의 광시곡을 듣는다.
'작가란 영감을 받는 자가 아니라 영감을 일으키는 자이어야 한다.'라는 로뜨레아몽의 고뇌에 찬 변설뒤로부터 심한 자책감에 휩싸여 있던 시기에 씌어졌다...(중략..작가의 말)
'나 자신이 아파트를 빠져나와 강 위에 얹힌 좁은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긴 밤을 고뇌로 지새우다 소양강 다리에 서면 하얗게 피어나는 물안개가 숨막히도록 아름다운 시간들, 작가의 소설속의 한 문장과 씌어진 의도가 절절히 느껴지기도 하지요.
지금은 이 소양강을 가로지르는 넓고 멋진 다리들이 여러개 놓여 여러모로 교통의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다리가 갖는 동족상잔의 비극적 흔적 때문인지 몇 년 전 새로 보수작업을 하고 안전성을 점검한 뒤 낡은 다리라고 교체하지 않고 지금도 그대로 살아남아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로 쓰이기도 하고 자전거 도로로 쓰이기도 합니다.
물론 차도 여전히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은 정말 아름답고, 해가 뜰 무렵 물에서 솟아오르는 물안개와 해가 질 무렵 석양에 반짝거리는 물비늘은 너무나 아름다워 숨이 막힐 지경입니다.
춘천을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약간의 시간 여유가 된다면 춘천역에서 약 5분 거리(걸어서 10분거리)인 이 소양 1교를 찾아 한번쯤 걸어보면 어떨까요?
치열하게 살다간 아름다운 청춘들의 숨소리도 들어보고요.
<취재: 청춘예찬 대학생기자 백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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