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부대 방문의 날에 다녀왔습니다.
군대에 자녀를 보낸 부모님들이라면 애타게 기다리는 날이 있죠?
바로 일년에 한 번 돌아오는 '가족 군부대 방문의 날'입니다.
저도 요번에 가정의 달을 맞아 아들의 부대에서 개최한 부대방문의 날 행사에 다녀왔답니다.
▲ 기갑수색대
제 아들은 수색대는 군부대의 꽃이라며
수색대에 가는 사람들은
운동신경이 뛰어나고 체력이 좋은 사람들만 가는 거라며 저한테 엄청 자랑하던데...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자부심에 차서 열변을 토하길래
"그래, 장하구나!!" 해 줬습니다.
'그렇게 장하게 낳아주고 길러준 게 누군지는 알지?'라고 덧붙이며. ㅋ
작년 요맘때 아들을 처음 군대에 보내놓고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릅니다.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어떤 곳에서 생활하는지 정말 정말 궁금했었죠.
그러다가 가족에게 부대를 개방하는 날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반갑고 설레어서
아들의 부대를 방문하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잠도 제대로 못 잤답니다.
난생 처음 35억짜리 크레인에도 올라가 보고 25억짜리 전차도 타보았습니다.
아들이 생활하는 내무반이며 체력단련실이며 싸지방이며
이들의 부대생활하는 곳을 샅샅이 매의 눈으로 훑었었지요.
그렇게 다녀오고 나니 안심도 되고,
지금 이 시간쯤이면 아들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겠구나! 상상이 되니 마음도 놓이고 그랬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래도 작년에 한번 와 봤다고 조금 덜(?) 궁금하더군요.
하지만 처음 오신 분들은 완전 감격 그 자체였습니다.
작년의 저희 가족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모두 모여 사진도 찍고,
가는 곳마다 하나하나 전부 다 설명 듣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얼마나 열심히 들으시는지
마치 대입을 앞둔 수험생 같았습니다. ㅎ
이번 방문에는 깨끗하게 정돈된 대강당에서
부대 소개 동영상과 겨울 혹한기 훈련 다녀온 동영상을 시청했습니다.
집에서는 늘 어린아이만 같던 아들이 얼굴에 시커먼 위장크림을 바르고,
전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벌판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는 모습 등 훈련받는 모습이 나오니
대견하고 뿌듯하면서도 가슴이 짠해지네요.
동영상 시청이 끝나자 모두 힘차게 박수를 쳤습니다.
정말로 우리 아들들이 이 나라의 큰 파수꾼이구나..라는 자부심을 가졌지요.
동영상 시청 후, 김대현 중대장님의 사회하에 부대 내의 간부들 소개 시간과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아들의 부대생활에 궁금한 점 등을 물어보는 간담회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밴드를 통해 일상에서도 아이들의 부대생활에 관한 사진과 소식 등을 접한 덕분인지
그전보다 질문은 훨씬 줄었네요.
역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 준 시간이었네요.
중대장님, 질문 안 하면 이 강당을 떠나지 않겠다고...살짝 귀여운(?) 협박도 해보십니다.
그러면서 결혼하고 딸을 낳아 기르면서 부모의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게 되었다고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부대원들을 사랑하고 가르치겠다고 약속해 주셨습니다.
작년에 다 돌아본 곳이지만 그래도 올해 또 돌아보았습니다.
수족관의 물고기, 여전히 잘 있네요.^^
작년에 물고기를 담당하는 병사들은 물고기가 죽으면 영창 가냐고 그랬더니
옆에서 설명하시던 간부님, 펄쩍 뛰며 그런 일 절대 없다고 해서 살짝 웃었는데
깨끗한 수족관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잘 놀고 있네요.
▲ 정리된 체력단련실
작년에 아들 담당이 여기여서 청소하느라 힘들었다고 자랑했었는데
올해는 아마도 후임이 했을 듯 싶습니다.
그래도 아들의 손이 닿았던 곳이란 생각 들어서인지 유심히 들여다보게 되네요.
매일 저녁 7시쯤이면 걸려오는 전화.
아마 이곳에서 걸었겠지요.
전화기마다 계급에 맞게 알맞게 분담이 되어있어
선임에게 밀려 신병들이 전화 사용하지 못하는 일은 절대 없을 듯 싶습니다.
아들 녀석이 잠을 자는 곳.
내무반이라고 하나요.
사물함에 옷과 침낭, 소지품 등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아버지가 만져서 흐트러트려 놓았다고 금방 다가가서 다시 정리하는 아들.
와~~ 이런 모습은 낯설기까지 합니다.
이다음에 제대해서도 이렇게 방 정리와 주변 정리를 잘해놓으면 참 좋겠습니다.
저로 하여금 군대 용어에 질리게 했던 싸지방...
사이버 지식 정보방이라네요.
여기서 가끔 페이스북에 들어와 열심히 저한테 '좋아요'를 눌러주고 있습니다. ㅋ
벽에는 컴퓨터로 공부하기 좋은,
유용한 사이트도 게시해 놓았는데
이 사이트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하면 좋겠네요.
사이버지식방 한쪽에는 이렇게 책들도 구비되어 있어
일과가 끝나는 저녁이나 외출, 외박하지 않는 주말에는 독서를 할 수도 있다네요.
군대에 와서 책 많이 읽었다고 자랑하는데
마음의 양식을 정말 많이 쌓았기를 바래봅니다.
지난번엔 닫혀있었던 부대 내의 마트네요.
PX라고 하나요.
이곳에서 아들 녀석에게 외박을 양보한 친구를 위해 과자도 사 주었네요.
집이 먼데다가 얼마 안 있으면 휴가 나가기에
부모님이 오고 가시기 힘들다고 외박 순서인데도 안 나가고
우리 아들더러 대신 나가라고 했답니다.
나가서 부모님 바쁜 농사일 도와드리라고...했답니다.
참 고마운 친구네요.
지난번에 아들 면회 갔을 때 집이 멀어 부모님이 오시기 힘든 친구들 불러내어
삼겹살을 구워주었는데 바로 그 친구 중의 한 명이라네요.
본 기억이 납니다.
부대내 마트는 정말 가격이 엄청 쌉니다.
'세일'이라면 눈이 똥그래지는 엄마들이 알면 절로 눈이 휘둥그레 지겠네요.
제 남편, 아이들이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이것저것 사지 말라고...ㅋ
부대 내에 없는 품목을 요청하는 화이트 보드도 있네요.
복도에는 월별 체력 증진표도 있습니다.
아들 녀석, 시력이 나빠 2급이라며 특급이 못 된다고 투덜거리지만
군대에 와서 살도 쏘옥 빠지고
체격도 탄탄해진 게 꾸준한 훈련과 체력단련 덕인 듯 싶어
살짝 대견하기도 합니다.
알기 쉬운 그림으로 모기 발생하기 쉬운 지역을 표시해서
위생과 건강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매주 상점과 벌점을 부과해 동기유발도 하고 있고요.
이 상점이 쌓여 외박도 나오고 휴가도 나오는데
지난번엔 자격증을 취득해서 특별 휴가를 나오기도 했네요.
운동장에 나오니 아들 부대에서 보유하고 있는 여러 장비를 전시해 놓았습니다.
텐트안에도 들어가보고
철모를 쓰고 기념 사진도 찍고
아이들이 먹는 전투식량도 보았습니다.
이거 뜯어보면 안되냐니까 아들 녀석, 펄쩍 뛰며 이거 개수 세어놓는다고...
먹어봤냐니깐 먹어봤다네요.
그 맛이 궁금...
언젠가는 이거 한 번 뜯어보고야 말겠다는 의욕(?)이 살짝 생깁니다. ㅋ
근데...아들이나 아들의 아버지나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펄쩍 뜁니다.
절대로 안된다네요, 세금이라고......
대신에 부대에서 준비해주신 건빵과 음료수를 맛보았습니다.
건빵, 쌀로 만들어서 예전에 먹던 건빵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자그마한 배려지만 감사한 마음이 드네요.
언젠가는 전투식량도 맛볼 기회를 주시면 더욱 좋겠다는 미련이...드네요.ㅋ
아들의 보직인 장갑차 앞에서 사진도 찍어주고
(어렸을 때 장갑차 지나가면 신기해서 소리지르던 녀석이 장갑차를 타고 정비도 합니다.)
자신의 위치와 하는 역할도 설명해 줍니다.
육군 보병으로 군대에 다녀왔다는 녀석의 아버지도 신기한지 이것저것 만져가며 물어보고
아들 녀석, 자랑스럽게 자신의 임무를 설명.
역시나 부자간에나 오갈 수 있는 대화라 저는 듣다가 나왔네요.
대신 예쁜 꽃밭을 찍었습니다.
아기자기 심어진 천일홍들, 팬지꽃들 참 예쁩니다.
아, 부모님의 방문에 대비해서 잡초도 뽑아주고 물도 주고 열심히 가꾸었답니다. ㅋ
아마 이번 부대방문을 통해 많은 부모님이 아들의 부대생활에 관한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소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처럼 만날 때마다 점점 더 의젓해지는 아들의 모습과
시간이 지날 때마다 점점 더 대한민국의 남아로 거듭 변신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대견함도 느끼실 거구요.
병역은 청춘의 낭비나 피해가야 할 관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국방의 의무이며
우리의 소중한 아들들이
자랑스러운 청년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병역이 아름다운 세상,
대한민국의 튼튼한 미래라는 생각을 하며
아들의 부대를 떠나왔습니다.
<취재: 청춘예찬 어머니기자 백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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