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한 가래떡이 병사들을 찾아가는 길목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식기 전에 얼른 먹여야 하는데...
엿기름을 끓여 식힌 조청이 굳기전에 얼른 들어가야 하는데...'
전용분여사의 마음이 급해집니다.
공동경비구역으로 들어가기 전, 신원조회를 세 차례에 걸쳐 합니다.
어찌나 긴장되고 무섭던지..
지난 달에 떡 해서 나눠 먹자 약속하고
그동안 이래저래 바빠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했었는데 오늘따라 신원조회 검문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 JSA 들어가는 세번째 관문 대기중
한 달에 한 번씩 찾아 가는 이곳 공동경비구역
올해 벌써 두 번째인데도 살벌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기 보이는 저곳이 우리와 대치 중인 북한이라니...
지척지간입니다.
부르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리...
조용하기만 이곳에 나를 반겨주는 것은 각 나라 국기들...
인적도 없고 그저 바람 소리만이 들릴 뿐 적막하기만 합니다.
▲ 지은지 60년이 되어간다는 통일기원 영수사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이곳 대대 영내에 위치한 통일기원 호국 도량 영수사에 군종병들이 법회를 올리고 있습니다.
간식으로 준비한 말랑말랑한 가래떡에는 조청 찍어 먹는 맛이 최고여~~
"어머니, 한 개만 더 먼저 먹겠습니다. 하나 더 슬쩍,ㅋ...이게 조청이군요..진짜 주깁니다."
먹어라, 먹어. 저희 주려고 그 먼 길 마다치 않고 달려 왔느니라..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너희가 있어 고맙다. 고마워...
그 뭣이 아깝겠노...천천히 묵거래이...
싸 줄게, 도시락에 넣은 것은 생활관 친구들과 나눠 먹으래이..
▲ JSA 경비대대 병사들과 전용분여사
전국에서 선발 (?)된 정예의 병사들이라서 그런지 다들 훈남 집합체입니다.
가래떡 먹으면서 제일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일까?
부모님께 혹은 친구, 애인한테 하고 싶은 말 있음 해라.
병무청 청춘예찬 블로거 소식지에 실리면 전국망으로 날라가느리..
누구 손 들어 봐라 ?
저요,저요...한 손에는 가래떡을 들고 손을 번쩍 듭니다.부모님께 안부 전하고 싶으신가요 ?의 물음에
일병 정연갑 :
사랑하는 부모님, 항상 친구 같은 자식으로 키우고 싶다고 하셨는데 그런가보다 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막상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하면서 부모님에 다정다감했던 그 말씀이 새록새록 가슴에 멍이 들어갑니다. 철없는 제가 표현력이 그리도 부족했었는지...
한 달만에 인사 올리지만 늘 부모님이 자랑스럽고 제게는 너무나도 소중하신 분들이십니다.
철없던 저를 용서해주시고 제대 후에는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함께 여행가는 시간을 꼭 만들어 보겠습니다.
제 걱정은 마시고 저는 잘 있으니 부모님도 편히 쉬십시오.
사랑합니다.
강민준 일병:
여친과 이별하고 도망치듯 입대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입대해서 부모님 앞으로 유서 남기기 편지를 쓸 때 왈칵 흐느껴 울어보았습니다.
내가 힘들어 했을 때 말없이 곁에서 저를 바라보면서 힘들어하셨을 부모님 생각을 하면 진짜 내가 못난 놈이었구나 싶어 부끄럽습니다.
지금, 부모님은 제가 공동경비구역에 근무하는 것을 자랑스럽다고 격려해주십니다.
이제 부모님에 사랑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착한 아들로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저 자신 변화 되어 가는 늠름한 모습으로 부모님 곁으로 달려가 진짜 효도 하겠습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아들들.
부모는 자식을, 자식은 부모를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육군 아미서포터즈 전용분 여사는 남편과 사별한 지 21년.
남편이 장교로 재임하다가 먼저 하늘나라로 가면서 남편이 생전 끔직이도 사랑했다는 병사들에게 남편에 유지를 받들고자 죽는 그 날까지 밥이면 밥, 떡이면 떡, 모든 간식을 따뜻한 가슴만큼이나 보따리 가득 채워 먹여주고 싶다고 합니다.
아마도 병사들을 만날 때 그에 행복한 웃음은 먼저 작고하신 남편에게로 달려 가는 듯 환합니다.
노오란 개나리 꽃잎처럼 해 맑은 전용분 여사, 그에 가슴은 늘 따뜻하기만 합니다.
다음에 올 때는 잔치국수 한 사발씩 해 줄게. 아프지들 말거라...
봄빛이 따스합니다. 임진강 강물도 흘러 흘러 어디론지 가고 있습니다.
전용분 여사님에 애마 승용차가 콧소리를 내며 씽씽 달려갑니다.
< 취재: 청춘예찬 어머니기자 김진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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