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청 SNS서포터즈

묵호항의 봄을 보다

삼생아짐 2014. 4. 23. 22:14
728x90

 

사람들은 따스한 바람, 가물거리는 아지랑이, 여기저기 시샘하듯 터지는 꽃망울을 보며 봄이 온다고 했지요.

그러나......

 

 

묵호의 봄은, 시린 손 호호불며 겨울 바다에서 삶을 그물질하는 어부의 굳센 팔뚝으로부터 온다고 노래했습니다.

(동해 묵호의 논골 벽화에서)

 

 

묵호등대에서 내려다 보았던 묵호항...

 

 

일제강점기 시절인 1941년 어업전진기지로 개항하면서 오징어, 북어잡이를 비롯한 수산물 어획의 호황으로 낮처럼 불을 환히 밝히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여들던 곳

 

 

국제 무역항으로 석탄과 시멘트를 나르고, 시멘트 공장과 무연탄 공장이 들어서고, 선박의 대피항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던 그 묵호항을 방문했습니다.

 

 

1941년 태백산지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수출하기 위해 항만건설을 시작했고, 1947년 8월에 개항장으로 지정되었으며, 1962~75년에 3차에 걸친 본격적인 묵호항 시설공사를 실시했고 1976년 대규모 확장공사를 통해 접안능력 6척에 연간하역능력 643만t에 이를 정도로 규모를 점점 더 확장시켜 온 묵호항입니다.

 

출항화물은 시멘트와 무연탄이 대부분이며 유류도 약간씩 반출된다고 하네요. 입항화물은 유류가 68% 이상을 차지하며, 수산물, 기타 광석 등도 포함된답니다. 

 

 

그러나 묵호항 주변의 상가들은 오래되고 낡은 건물이 많아 새롭게 단장한 항구에서보다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에서 그 역사를 더 쉽게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묵호항을 들어서자마자 바다에서 새벽에 잡아올린 각종 수산물들의 경매가 이루어지는 장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허이~~허허잇' 등과 같은 경매사들의 흥을 돋우는 힘찬 목소리로 경매 시작을 알리고,

각 어선별로 잡아온 고기들을 나란히 늘어놓으면 경매사들과 어민들이 무리를 지어 잡아놓은 고기들을 따라 경매를 진행해 나갑니다.

 

 

물가자미 한 박스에 12만원 낙찰, 20마리에 약 25,000원꼴에 거래된다고 하네요.

 

 

손가락과 손목 등을 접었다 폈다 예전에는 손을 사용하거나 종이를 이용하여 입찰을 하였지만, 지금은 '구다'라고 하는 접이식 나무 액자를 접었다 폈다 보여주면서 경매를 진행해 나가는데, 이 '구다'라는 말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가 없네요.

 

 

바닷바람에 거칠게 그을은, 연륜이 지극해 보이시는 어부 한 분께 여쭈어 보았더니 그냥 '구다'라 하시네요.

일본어인가 싶어 찾아보았더니 일본말로 대,관 등의 뜻으로 쓰이고, 세계 각국어를 뒤져봐도 그 뜻을 알 수가 없으니 궁금하지만 다음 기회에 알아볼 밖에요.

 

 

각종 가자미와 매운탕거리인 대구, 맛이 심심하면서도 담백한 열갱이, 해장국으로 술꾼들에게 최고의 선택을 받는 물곰(곰치) 등 다양한 생선들이 묵호항에는 넘쳐납니다.

 

 

 

쉼없이 밀려들어오고 밀려나가는 각종 수산물들의 경매현장이 여느 항구보다 그 규모가 제법 큽니다. 어업의 전진기지였다더니 그 명성이 아직 살아있습니다.

 

 

이른 시간임에도 경매사들, 어부들, 상인들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싱싱한 생선을 구입하러 나와 활기가 넘칩니다.

 

 

 

묵호항에는 이렇게 경매가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경매가 끝난 생선들과 어민들이 갓 잡아들인 싱싱한 자연산 활어를 직접 판매하는 곳도 있습니다.

 

 

각종 수산물 업체들은 자연산 활어와 문어, 조개 등을 바구니에 골고루 담아 만원, 이만원 단위로 판매하고요

 

 

 

이곳에서 구입한 자연산 싱싱한 활어들을 즉석에서 회로, 매운탕감으로 손질하여 주는 곳도 있습니다.

 

 

순식간에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비늘을 긁고 생선의 배를 갈라 껍질을 발라내고 싱싱한 회로 변신시키는 어머님들의 손길에서는 오랜 세월이 배어납니다.

 

 

 

함께 간 지인이 생선들을 한 바구니 구입하여 즉석에서 싱싱한 생선회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뼈째 씹어먹는 고소한 가자미회, 구이로 먹으면 살속 갈피갈피마다 가시가 박혀 입안에서 콕 콕 찔러대는 가시를 뽑아내기도 바쁜 청어지만 회로 뜨니 고소한 맛이 이루 비할 데가 없습니다.

 

 

맑은 복어탕으로 아침 식사를 든든히 했건만 싱싱하고 고소한 생선회를 보니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저희 친정 아버님, 살아생전 제가 아버지를 닮아 생선회를 너무 좋아한다고 어부한테 시집보낸다고 늘 노래하셨었는데, 첩첩산골의 농부에게 시집왔지만 여전히 생선회를 좋아하는 식성은 바뀌어지질 않네요.

 

 

끼룩끼룩 호시탐탐 어부의 헛틈을 노리는 갈매기들도 수산 공판장 천정에서 잠시 쉬고 있네요.

새우깡 던져주던 예전에는 녀석들의 발바닥이 이렇게 이쁜 줄 몰랐더랬습니다.

 

 

묵호항은 주차장도 널찍해서 방문객이 더 많은 듯 싶습니다.

이곳에서 경매 현장 구경도 하고, 즉석에서 낙찰 받은 생선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도 하고, 또 순수 100퍼센터 자연산 회를 떠서 먹기도 하고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어서 생선회 마니아들에겐 꼭 들러볼 만한 곳일 듯 싶네요.

 

 

 

묵호항을 돌아 나오는 길, 그물을 긷는 어부의 아낙들과 고기를 뜨는 바닷가 아낙들에게서 또 다른 봄을 봅니다.

신새벽 어판장에서 언 손 소주에 담가가며 펄떡이는 생선의 배를 가르는 내 어머니의 고단한 노동으로부터 시작되곤 한다는 묵호항의 봄입니다.

 

 

미처 생선회로 팔리지 못해 꾸덕하게 말라가고 있는 청어들, 가자미들

이녀석들도 구입해서 양념간장해서 꾸덕하게 조림하면 그 맛이 별미지요.

미처 팔지 못한 생선들을 이렇게 볕에 말리고 있는데, 비라도 오면 큰일이겠지 싶었는데, 건너편으로 얼마전 새로 개공식을 한 수산물 가공 센터가 보이네요.

 

 

묵호항으로 들어온 생선들이 매일매일 경매에 팔려 나가고, 그리고도 남은 생선들을 냉동하여 보관, 사철 유통시키는 수산물 가공 센터가 건너편 수협 옆에 새로 개장을 하여 묵호 어민들의 소득제고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들은 기억이 납니다.

 

 

수산물 처리 저장 시설은 지상 5층으로 냉장능력, 냉동, 건조 시설까지 하루 3.2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라네요.

 

 

오징어, 가자미, 문어, 대게, 도루묵 등 동해시 관내의 수산물 뿐만 아니라 외지의 각종 다양한 수산물까지 골고루 보관, 유통할 수 있어 수산물 가격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지금은 냉동창고 가득 오징어를 얼려 보관중이었는데요, 차곡 차곡 쌓여 있는 오징어들을 보니 예전에 지인으로부터 마을 행사 때마다 직접 오징어를 이렇게 큰 덩어리째 부탁하여, 한두 마리씩 구매할 때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했던 기억이 나네요.

 

 

수산물 저장 가공센터에서 바라본 묵호항 풍경입니다.

 

 

이쪽은 묵호 논골담길 동네, 우측으로 등대가 보이시죠?

 

 

묵호항에 나란히 늘어선 고기잡이 배들

묵호 논골담길 그림에서 보았던 집어등이 간밤에 제 할 일을 다하고 여유롭게 쉬고 있네요.

한밤중 불을 밝히고 고기잡이 배들이 바다에 떠 있다가 고단한 그물질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와 느긋하니 밀린 잠을 자는 풍경이 그려집니다.

 

묵호항의 능력과 입지적 한계 등으로 1974년부터 북평항을 개발해서 이 두 항구의 배후지인 묵호읍과 북평읍이 동해시로 승격되면서 동해안 산업기지로 발전하고 있다고도 하는 묵호항. 

 

영동선과 동해고속도로 및 7번국도가 해안을 따라 나 있어 화물수송이 매우 편리하고 항구 남쪽에는 묵호 페리 터미널이 있어 묵호-울릉도 간 여객선이 여름에는 1일 1회씩, 겨울에는 격일제로 운항된다고 합니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더운 여름이 시작되기 전에 동해 묵호항으로 나들이 해 보심 어떨런지요?

고기 손질하는 어머님들의 아련하고도 애달픈 옛날 이야기도 들어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