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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을 다시 걷다---낙산사에서

삼생아짐 2013. 9. 17.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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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사 계단을 한계단 한계단 올라가면서 이미 세속의 욕심을 버렸다고 생각했건만 낙산사 경내에는 이렇게 마음을 씻어내는 물이 군데군데 놓여있습니다.

 

 

 

 

마음도 씻고, 손도 씻고, 그리고 한모금...불심도 마십니다.

 

 

 

 

사천왕문을 통과하면서 불자들은 손을 모아 합장을 합니다. 사대천왕은 호세사천왕이라고도 하는데, 원래는 고대 인도 종교에서 숭상하던 귀신들의 왕이었으나,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사찰에서는 대개 일주문과 본당 사이에 천왕문을 세워 그림이나 나무로 깎아서 만든 조각상을 봉안하는데, 무장한 장군의 모습으로 갑옷을 두르고 부릅뜬 눈, 잔뜩 치켜올린 검은 눈썹, 크게 벌어진 빨간 입 등 무서운 형상에 손에는 커다란 칼을 들고 발로는 악귀를 밟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동쪽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쪽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쪽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쪽의 다문천왕(多聞天王:毘沙門天王)이 있으며, 그 부하로는 견수·지만·항교가 있는데, 이들은 수미산의 아래쪽에 있고,또한 사천왕은 이들 외에도 수미산을 둘러싸고 있는 지쌍산(持雙山) 등 일곱 겹의 산맥과 태양·달 등도 지배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저 또 하나의 미신처럼 여겨지겠지만 독실한 불자들에겐 자신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라 생각하니 그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경의를 표할 밖에요.

 

불자는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사대천왕의 너그러운 선의를 살짝 기원하며 사천왕문을 따라서 통과합니다.

(제 친정엄마가 독실한 불교신자시니 때론 그 불공발에도 얹혀가길 기대합니다^^;;) 

 

 

 

 

2005년 화재로 대부분의 건물이 소실되어 단원 김홍도의 '낙산사화' 그림을 보고 최대한 복원작업을 하면서 그 화마에서 건진 나무로 빈일루의 기둥 두개를 세웠다고 하네요.

 

 

 

빈일루 마당에는 모진 화마에서 살아남은 나무 두 그루가 굳건히 아픈 상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담뱃불로 인한 화재추정이라는데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가 얼마나 큰 피해와 상처를 주는지 낙산사를 보며 새삼 느낍니다.

 

 

각 절마다 누구를 모시냐에 따라 주절의 이름이 달라지는데 부처님이 계신 절의 법당은 대웅전이라 하고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은 원통보전이라 한다고 합니다.

 

이 곳 낙산사는 관세음보살을 모시기에 원통보전이라는 법당이름을 지니고 있습니다. 관세음보살이 상주하여 '보타낙가산'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하니 절 이름 자체가 관세음보살을 모신 곳이라는 걸 이번 여행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671년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공부하고 와서 기도를 하다가 관세음보살을 만났고, 관음보살이 가르쳐준 곳에 법당을 지었다고 하는데, 그 때 처음 세운 절이 낙산사이고 그 다음에 세운 것이 부석사 무량수전이라 하네요. 그러고보면 낙산사의 유래가 정말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원통보전안에는 보물 1362호인 건칠관음보살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원통보전 앞마당에 세워져있는 칠층석탑입니다.

 

대개의 석탑은 원래 삼층으로 지어지는데 이 칠층석탑도 원래는 3층이었던 것이 당시 병을 치료하러 휴양왔던 세조가 쌍무지개가 뜬다는 뜻의 홍예문을 세우고, 증축을 하여 7층 석탑이 되었다고 하며 우리나라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수정염주와 여의보주가 보관되어 있다고 하네요.

 

 

 

 

원통보전 처마 밑에 그려진 그림들......단청이라고 하나요?

곳곳에 그려진 관음보살과 용, 거북 등을 찾아보라 해서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이 그림 밑에는 작은 거북이 하나......

불교의 그림들을 탱화라 부르는데 이렇게 절에 그려진 그림들은 단청이라 부르지요. 그저 스쳐지나던 단청속의 그림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전엔 못 보았던 대상들이 보입니다.

 

 

 

 

높이 16미터, 둘레 3.3미터의 크기로 세워진 해수관음상 가는 길......

이 길은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 이름 붙였네요.

 

 

 

 

스님들이 수행하던 길을 산불 이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면서 꿈이 이루어지는 길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 길을 걸어가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하네요.

 

 

 

 

또한 이 바위를 만지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에 의해 손때가 묻은 바윗돌이 놓여져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지고 갔는지 그 흔적을 보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걸어가는 길 가에도 조그만 돌무더기들이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누군가의 꿈 위에 또 하나의 꿈을 더하며 이곳에 돌을 쌓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꿈이 무엇이든 간에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지났을 터, 저또한 마음속으로 오랫동안 지녀왔던 꿈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이 길을 걸어봅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차분히 걸어가면 이 길 끝에 해수관음상이 차분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해수관음상이 놓여진 곳에 오르자마자 우편으로 동종이 보입니다. 역시나 화마에 스러지고 다시 복원된 동종입니다. 보물 479호였던 예전의 동종은 낙산사내 전시관에 녹아내리던 모습으로 보존되고 있으며 그 참혹한 모습이 '산불'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 세월의 흔적을 볼 수는 없었지만 낙산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성금으로 만들어진 것이니만치 그 소리가 널리 퍼져나가는데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드디어 그 유명한 해수관음상을 눈앞에 두었습니다.

 

 

 

이곳에는 앞다리 두개, 뒷다리가 한개인. 항문이 없는 두꺼비 한 마리가 숨겨져 있습니다. 이 두꺼비를 만지면 부자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소견으로는 들여보내기만 하고 내보내지 않으면 질식하거나 너무 불러 터지지는 않을까..헛된 염려도 해 봅니다.

 

 

 

 

해수관음상 주변의 경계석을 돌면 그 돌들의 수가 모두 108번뇌석으로 이루어져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헤아려보진 못했지만 불심이 깊은 분들은 염주를 감아 올리며 이곳을 돌았을 듯도 합니다.

 

 

 

 

때마침 넘어가는 오후의 석양이 해수관음상 머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마음속에 쌓인 모든 번뇌를 털어버리고, 속상한 하소연이라도 늘어놓을라치면 '걱정마라, 걱정마라...' 마음을 달래주고, 모든 것을 다 들어줄 듯한, 참 편안하고 따뜻해 보이는 해수관음상이었습니다.

 

 

 

때마침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낙산사 경내를 돌아오는 동안 흘렸던 무더운 땀방울을 식혀버리고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며 포구들이 동해안 바닷가의 시원하고 아름다운 해안 경치를 보여줍니다.

 

 

 

 

가느다란 산죽의 무리들, 열매 맺힌 해당화가 낙산사의 불심을 받아 아름답게 자라고 있네요.

 

 

 

 

바라는 이의 모든 소원을 들으시고 부르는 이의 바람대로 모든 것을 다 들어준다는 자비의 화신 관세음보살이 계신 성지답게 관음전앞에 연꽃 모양의 분수대가 있어 지나는 사람들이 동전을 던져 넣었네요.

 

 

 

 

엄마와 함께 씩씩하게 올라온 어린 꼬마

 

 

 

 

무엇을 기원하며 동전을 던져 넣었을까요?

저 나이에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이미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버린 저는 꼬마만하던 때의 소원을 기억하지 못하겠네요.

 

그 소원이 무엇이든 꼬마의 바람이 꼭 이루어지기를, 관세음보살님께서 들어주시리라 믿어 봅니다.

 

 

 

 

해수관음성지를 돌아 내려오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보물 1723호로 지정된 해수관음공중사리탑이 나옵니다. 이 사리탑도 화재의 피해를 입어 2006년 해체, 복원하던 중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비롯한 사리장엄구가 출현하여 2011년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되었고요, 사리장엄구란 고승을 화장한 뒤 타지 않은 유골이나 사리 등을 엄숙하게 꾸미는 것이라 하네요.

 

 

 

 

의상스님이 당나라에서 돌아와 산세를 살피고 참선을 하던 곳, 의상대로 향하는 길에 낙산사 경내에 조성된 연꽃 단지를 보았습니다. 피기 시작하는지, 아니면 지기 시작하는지 절반쯤 자라난 연꽃단지내에 잡초등이 무성하여 조금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낙산사는 원래 절내에 많은 스님들을 두지 않고 불자들이 와서 불공을 드리고 가는 곳이라 들었는데 요즘은 절에서 머무르며 참선과 발우공양을 하는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중에 이 연을 이용한 연꽃과 연주 만들기, 차담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네요.

 

 

살다살다 지치고 힘든 날, 이 낙산사에 와서 머무르며 새벽 해돋이를 바라보고, 새벽 목탁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경내를 거닐고 스님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위안 받을 날이 있을까요?

 

 

 

 

의상대에 앉아 홍련암으로 내려가는 길을 바라봅니다.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로는 진천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 강화 보문사가 있다는데, 바로 그 관음성지 중의 하나인 홍련암은 고문헌에 많은 시인묵객들이 유람기 경관을 노래한 시문에 가장 많이 수록된 곳이라고 합니다.

기암절벽위에 세워진 앞면 3칸, 옆면 3칸의 팔작지붕 암자는 바닥에 8센티미터 크기의 사각구멍이 있어 이 구멍으로 바다를 들여다보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와서 매우 신기해하며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해마다 남편과 아이들과 이곳 낙산사에 오건만 이렇게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낙산사 경내를 돌아보기는 처음입니다. 기회가 되면 독실한 불교신자인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무릎이 아프시다고 제대로 걸음을 못 걸으시는데, 이곳에 오시면 관음보살님의 바람으로 아픈 다리를 극복하고 낙산사를 온전히 돌아볼 기회가 주어질까요?

 

 

삶은 언젠가는 끝날 유한성이라는걸 잘 알고 있지만, 살아가는 동안 느끼는 번뇌는 왜 끊임이 없을까요?

바라는게 많은 사람은 늘 허기진 사람이라는데, 그리 많은 욕심을 부리고 살지도 않았건만, 단 한번도 삶이 쉽고 편안해 본 적은 없는 듯 싶습니다.

 

 

내려놓아라, 내려놓아라......

 

 

관음보살님께 무엇을 이루어달라고 기도하기보다 차라리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해달라고 기도하는게 더 빠른길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며, 관음성지인 낙산사를 떠나 하조대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