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계산착오

삼생아짐 2012. 8. 1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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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를 심으면서 상상했습니다.

 

 

여름방학때 아이들이 오면 따면서 신나하겠지??

 

 마트에서 사먹는 맛이랑은 다르다고 좋아할거야. 역시 고향집이 최고라고 하겠지?

 

 

정성들여 가꾸고, 풀도 뽑아주고, 곁순도 쳐주고,

 

농익어 떨어질만큼 익혀서 녀석들 오면 따는 즐거움을 주어야지...

 

상상만해도 즐거웠지요.

 

 

뒷밭에 고야인줄 알고 몇 해동안 신나게 따먹었던 이 열매가

 

해가 지나고 거름을 주니 아주 달고 맛난 자두였음을 알았습니다.

 

 

이또한 아이들 오면 줘야지 싶어

 

남편과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서 한알한알 조심스럽게 따서

 

 

실한것, 잘 익은것 등은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저온저장고에 넣고

 

 

벌레먹은것, 망가진 것들을 골라 담아놓고

 

워낙 과일을 좋아하는 저인지라 성한 부분만 조금씩 과도로 도려내어 먹었지요.

 

후배와 남편은 그걸 언제 일일이 도려먹냐며 차라리 그냥 먹으라고 하는데

 

아직 과일의 벌레꺼정 먹어치울만큼 제 비위는 강하지 못하네요.ㅡㅡ;;;

 

다만...그 전엔 벌레 먹은 것들은 질겁하며 모조리 버렸는데

 

이젠 벌레먹은 과일이 더 달다며

 

성한 부분을 살살 도려먹는 내공(?) 정도는 키웠지요.^^

 

 

복숭아나무인줄 알고 거의 십년동안 키워왔던 이나무가

 

 

사실은 노랗고 달콤한 살구나무였음을

 

기온이 높고 비가 거의 오질 않아 과실이 풍년인 올해에야

 

알았습니다.

 

 

잘 익어 하나하나 떨어지는 녀석들을 주워담아 역시 저온저장고에 보관하고

 

 

가끔 과일 생각이 날 때면 한알씩 꺼내 먹으며

 

이또한 아이들이 와서 먹어줄 때를 기다렸습니다.

 

 

가끔 심술스러운 까치녀석, 쪼아먹어 떨어뜨리고

 

나비도 먹고, 벌도 먹고, 개미도 먹고...

 

 

온갓 자연의 것들과 나누면서도 아이들이 오기전에 모두 떨어지면 안되지 싶어

 

아이들에게 따는 즐거움을 주어야지 싶어 은근

 

조바심을 내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아이들이 왔습니다.

 

삼생아짐 : 얘들아, 방울토마토 따먹어, 잘 익었어.달고 맛날거야~~"

 

 

 그런데, 세녀석 다 반응이 영 시큰둥하네요.

 

 제가 따준다고 하우스로 따라오래도 덥다고 고개를 설레설레ㅡㅡ;;

 

 실망하는 내 모습이 안돼보였는지 맏딸녀석, 씨익 웃으며 위로합니다.

 

"엄마, 수민이랑 수정이 오면 따라 그래요,

 

얘들아, 방울토마토 따러가자~~

 

그러면 걔네들 신나서 따라오면서 그럴꺼예요.

 

정말요?? 와, 신난다,우리 방울토마토 따러간다아~~

 

주먹쥐고 아이들 흉내까지 내면서요.^^;;

 

드디어 조카인 수민이와 수정이가 왔네요.

 

삼생아짐 : 얘들아, 방울 토마토 따러가자~~
 
그런데,......역시 이녀석들도 시큰둥하네요.ㅡㅡ;;

 

삼생아짐 : 왜???

 

제가 의아한듯이 쳐다보자, 조카녀석들

 

"우리도 방울 토마토 심었어요.근데요 민달팽이가 하루에 한마리씩 나오는데 너무 징그러워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진저리를 치네요.
 
순간, 아이디어를 낸 딸녀석을 쳐다보았습니다.

 

녀석, 미안하다는듯 씨익 웃으며, 소리내지 않고 입모양으로 네 글자를 말하네요.

 

----계...산...착...오

 

제 아이들도, 조카 녀석들도 자란다는 것을 잊어버렸네요.

 

파란 줄기에 빨간 방울토마토가 달리는게 신기하고,

 

소한테 먹이 주며 신기해하던 모습도,

 

 밭에서 방울토마토와 고추와 오이가 자라던 모습을 신기해하던

 

녀석들의 천진한 어린 모습은 이제 다 사라져버렸구나...

 

수확하는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엔 이녀석들도 이미 너무 커버려서

 

작은 자연의 신비따윈 조금치의 호기심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게지요.

 

대신에 일흔이 넘어서신 친정어머니만이 아파트에 갇혀 사시다가

 

모처럼 시골에 오셔서 신나하시네요.

 

방울토마토도 익는 족족 따서 쥬스도 만드시고, 맛나게 드시고...

 

 

이녀석들이 다시 자연의 주는 수고로움에 감사하며, 신기해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하는 걸까요??

 

자그마치 몇십년이 흘러야하는 걸까요?

 

미처 그 셈을 헤아리지 못하겠네요.

 

 

그래도...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이 주는 것들에 새삼 감사하며,

 

자연의 온갖 변화무쌍함 속에서 사는 날들의 소중함을 문득문득 되새겨보게 되고

 

언젠가는

 

제아이들도 조카들도 저처럼 이렇게 느끼는 날들이 오리라는 것을 기대해보는

 

삼생아짐의 요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