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 쬐끔 많이 힘들어서
춘천에 있는 수향넘을 집으로 좀 오라 했지요...
수향넘 ; 내가 엄마 식모야???
하면서
녀석, 집에 오더니 그날로 완전 폐인이 되어버려서...
아침에도 늦게늦게 일어나고
하루종일 텔레비젼만 보고...
컴퓨터 게임만 하고...
그래서 제가 화가나서 뭐라 그랬더니
수향넘 ; 뎀벼!!! 박호순, 뎀벼봐!!!
이러는 거예요.
녀석하구 싸우면 요즘은 제가 힘이 좀 딸리니깐
(이젠 늙었어요..에구궁... 팔다리도 저리고,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몸 마디마디 쑤시고 으드득 소리도 나고...)
카메라 들구 뎀볐죠.
그랬더니 녀석, 이불속으로 들어가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요.
수향넘 ; 잘못했어, 그러지마!!!
짜아식...별 것도 아닌게,까불고 있어요.
역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무기가
카메라와 입이네요.
무슨 입이냐구요?
사람의 입이죠.
좋은 말, 힘이 되는 말, 아름다운 말을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열렸다 하면 남의 흉에다 불만에다 불화를 일으키고,
근거없는 헛소문에다 악의에 찬 비난을 퍼붓는 입이요......
게다가 한입으로 두 말하는 입이요...
살다보니 저또한 그렇게 변해가는 듯 싶어...이젠 그 입을 좀 덜 열려해요...
그나저나......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퇴근하려 하는데
수향넘, 문자를 보내왔네요.
닭,닭,닭,닭,닭......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데 수향넘 ; 엄마, 오늘 닭먹자!!!
그러더니 제가 깜빡할까봐 이렇게 문자를...한가득...
이러니 제가 어떻게 기냥 들어가겠어요...
그래서 닭사러 갔다가 마트에서 만난 분들께 보여드렸더니
그만큼 닭을 많이 사오라는 것 아니었냐고 하네요.
삼생아짐 ; 닭장차릴 일 있어요???
했더니 막 웃으시네요.
땀 뻘뻘 흘리면서 매운닭 볶음을 해 줬더니
수향넘, 밥상에 와서 딸랑 앉더니 ; 숟깔!!!
그래서 제가 숟가락 건네줬죠.
그랬더니 이번엔 수향넘 ; 무울~~~~!
그래서 이번에도 제가 기냥 건네줬죠.
고담엔 아빠가 오시기도 전에 두넘이서 닭다리랑 맛난 부위만 골라먹길래
역시 저의 무기인 카메라 들이대니......
수향넘 : 잘못했어!!! 나한테 도대체 왜그러는거야????
하더니...
요렇게 돌아앉아 먹네요.
그 와중에 울 민재넘, 누나가 가져갔던 닭다리를 얼릉 가져다가 자기 밥그릇에 놓고
자기 밥그릇에 있던 조금 가느다란 닭다리는 누나 밥그릇에 얹어놓아요.
그러더니 엄마, 계속 카메라 들고 누나 찍으라네요.
자기가 고사이에 맛난거 다 먹겠다구요.
닭 한 마리만 있음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맛난 저녁밥상이 되는거네요.
어제께에도 제가 퇴근해 오니깐 수향넘 ; 엄마, 소 꼬랑지 짤라서 먹을라 그랬는데
얘네들 배고프다고 울어서 못 짤라 먹었어!!
그 바람에 울 최후의 보루랑 저랑 어이없어서 웃고 말았는데...
비록 옷도 채 못갈아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닭볶음을 만들었지만
이렇게 맛나게 먹는 거 보면...주부로서의 보람이 있네요.
녀석들...
이렇게 맛난 음식을 먹고, 몸에 피와 살이 되게 하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갖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말만 하며 살아갔음 좋겠네요.
삼생아짐표 매운닭볶음 만들기
재료 ; 닭 한마리(토막쳐 달라 하세요, 울 민재넘 닭토막치는 거 보더니 넘 징그럽다고...
해놓으면 잘만 먹으면서요^^;;)
머리도 버리구요, 꽁지도 버리구요, 날개끝도 잘라 버리세요,
날개 먹음 바람난대요...
(옛어른 말씀에...ㅎㅎ)
잘 여문 삼생마을 감자 세 개, 양파 두개, 고춧가루 다섯큰술, 쐬주,
간장 한큰술, 고운 소금 반큰술, 물 한대접, 파 한 단, 후추, 마늘...등등...
요리법 ; 닭을 흐르는 물에 한 번 헹군 후, 찬물 한대접을 넣고, 고춧가루를 넣고,
소주 한컵을 넣고, 팍 팍 끓인다, 10분쯤???
닭이 어느 정도 익었으면 준비해둔 감자랑 양파랑 나머지 재료들을 몽땅 쓸어넣고
간이 배고, 닭이 무를때꺼정 한참 끓인다, 20분쯤???
간은 알아서 맞추고...
상 위에 그릇째 올려놓으면 맛난 매운 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닭볶음탕 끝!!!
주부구단 참 쉽죠,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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