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자연이 하는 일

삼생아짐 2007. 9. 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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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차를 타고 지나다가  

전 아주머니가 손주를 때리는 줄 알고...

 

삼생아짐 : 아니, 저렇게 긴 몽둥이로...

 


아주머니 : 내가 왜 우리 소중한 손주를 때려?? 

밤 따잖아...

 


삼생아짐 ; 그러네요..죄송...

 


아주머니 : 봐! 우리 밤 좋지??

 

삼생아짐 : 예, 정말 크고 맛나게 생겼네요?? 

사진 찍어둬야지, 햇밤!

 

(근데 각도를 잘 못 맞춰서 흐리게.....초보사진사의 비애)

 


아주머니 : 우리 밤은 아주 열매가 크고 실해. 

툭!...밤송이 떨어지는 소리....

 

 

툭!...밤송이 발로 차서 축구하는 소리...

 

 

삼생아짐 :어라? 정말 잘 까시네요?? 

(며칠 전에 은지네 집 앞에서 밤 까보려다가 가시에 손가락 찔린 기억이... 

게다가 더욱 슬픈건 아무것도 없는...쭉정이 밤....)

 

영재 : 나도 한 번 해 봐야지~~

 


영재 : 어라? 안되네...

 

 

(삑xx~~신발만 옆으로 쭈~~욱)

 


아주머니 : (의기양양하게) 다 까는 요령이 있지.

 

 

밤 꼭지 보이지? 이게 x구멍이고...

 

 

아래쪽에 가시 큰 이게 배꼽이야...

 

 

여기를 발로 쫘악 벌리면 되는거야...
(숙달된 조교의 시범...)



삼생아짐 : 근데 얘는 왜 버려요??(아까워라...) 

아주머니 : 응, 그건 허당이야. 

삼생아짐 : 어떻게 알아요???

 아주머니 : 가시 길이가 짧은 건 알맹이 없는거야. 

이렇게 길고 튼튼한게 속이 꽉 찬거지.

 

삼생아짐 : 네에... (진작 알았더라면 은지네 갔다가 쭉정이 밤까다가 손가락 찔리는  

아픔은 안 겪었을 터인데...)

 


삼생아짐 : 우와~~ 신기~~`

 

(시골 살면서 늘 남들이 까준 밤 얻어먹기만 했지

 단 한번도 내손으로 밤을 까 본적이 없어서리.....부끄~~~~)

 

그동안 우리 집에 밤 갖다 주신 혜진어머니, 재영아버님, 은남할머님, 정원어머님... 

모두모두 고마워요. 모두들 이런 수고를....

 

 


우와~~ 횡재닷!!! 

(이미 다 벌어진 밤송이가 투투둑~~~)

 


잘 여물었지?? 

삼생아짐 : 군밤 먹을 생각에...네에!!!



근데...돗자리 깔고 앉아 밤 따주기만을 기다리는 강적이...

 


동현 : 명현이 동생 동현이..어느새 이만큼 자라서...

 

울 아빠 드릴거예요..아빠 살 찌라고...


하나하나 모아 두었다가 아빠 오시면 드린다는  

효자녀석...기특!!

 


 

까고남은 밤껍질은 다시 거름이 되고...

 

이듬해 봄, 다시 향기나는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났다가

 


 

그리고... 

또다시 ... 

잘 여문 알밤으로 주렁주렁 매달리겠지요...

 

 

그날 아주머니가 한웅큼 주신 햇밤을  

 영재랑 둘이 까서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으며 

집으로 오는 길...

 

......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이 하는 일은 신기하기만 하네요. 

꽃이 피고, 지고, 열매맺고, 잎이지고...다시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지고... 

열매맺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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