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온라인 서포터즈(현)

세월이 가도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있습니다

삼생아짐 2018. 5. 8.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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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둘이 술친구하면서 알콩달콩 말장난도 많이 하던 우리 애들.

4년 전, 군 입대를 일주일 앞둔 큰아들에게 녀석 누나가 그랬다.
“군대 가면......옷 나오지, 돈 나오지, 밥 나오지, 못 나오지.ㅋ”

그러자, 아들 녀석, 한숨 푹푹 쉬더니
“군대 가면......옷 줘, 돈 줘, 밥 줘, 살려줘!! ㅠㅠ”
그랬었다.

 

 

 

 

 

두 녀석의 말장난에 어이없어 웃고 말았지만, 정확히 4년 전, 4월 15일, 군 입대를 딱 일주일 앞두고 죽을 것처럼 잔뜩 초조해 하던 녀석,
입대일이 되자 머리카락 바짝 깎고 입대해서, 2년 3개월이라는 군복무를 나름 무사히 마치고 외국에도 1년 연수 다녀오고, 지금은 복학해서 3학년에 다니고 있다.

그 당시, 아들을 군대에 보내면서 엄청 울 줄 알았는데, 아들 녀석 군 입대를 일주일 앞두고 세월호 사건이 터졌던 터이라 금쪽같은 자식을 눈앞에서 잃어버린 부모들 생각하니 그 또한 사치(?)란 생각이 들어 눈물조차 나오질 않았었다.

 

그랬는데, 큰 아들 녀석 군대 갈 때 엄마 안 울었다고 엄마 냉정하니 어쩌니 하던 녀석들, 내년에 막내인 민재 군대 갈 때에도 안 우는지 지켜보겠다고 자기네들끼리 엄마 흉을 본다.
아마도 막내 녀석, 다니던 대학에 휴학계 내고 4월 즈음에 군대 간다면 역시나 나는 세월호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 마음을 헤아려 안 울런지도 모르겠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하더니, 제주 4∙3 항쟁, 4∙19혁명, 4∙15일 세월호 사건까지 정말 역사적으로도 아픔이 많은 달이다.

 

벌써 4년이다.


4년이란 시간 동안 그 많은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불러온 사고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고, 부모와 가족들은 비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달랠 길 없어, 광화문 광장으로, 청와대 앞으로,
아이들의 교실로 그렇게 찾아다니고,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못한 자식들을 기다리며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눈물과 한숨으로 자식 떠나보낸 세상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다.

 

 

 


이 세상 어디에 이렇게도 안타깝고 서러운 죽음들이 있을까.
지금도 노란 리본만 보면 눈물이 나고, 하늘에 그려진 리본 모양의 구름만 보면 가슴이 메이고, 바람개비만 보면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올해에는 제발 사고 원인이 속 시원하게 밝혀지기를,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넋이라도 돌아오기를, 그리고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는 자식을 앞세운 부모들의 피눈물이 없기를 자식 가진 부모의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원해본다.

 

 

 

* 이 글은 국가인권위원회 별별친구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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