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국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석굴암을 가다

삼생아짐 2015. 10. 2.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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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수학여행때 왔던 경주 토함산 석굴암을 다시 찾았습니다.




석굴암은 신라 경덕왕(8세기 중반)때 재상이었던 김대성이 

현생의 부모를 위해서 불국사를 

그리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지었다는 하는데  

이 석굴암은 세계 유일의 인조석굴이라 하네요. 


약 20여미터 아래의 불국사와 함께 

1995년 우리나라 문화유산으로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에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합니다. 


물론 신라인들의 숨결이 곳곳에 묻어나는 경주 자체가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이기도 하지만 

이 불국사와 석굴암은 특히 별도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산 아래에는 햇살이 짱짱하건만 중턱에서부터는 자욱한 산안개가 끼어 호젓하고 어둑어둑한 느낌




남편도 학창시절 오고나서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답니다.

아이들에게 남겨줄 사진 한 장 찍고




토함산의 기를 제대로 받으며 호젓한 숲길을 걸어 석굴암으로 들어갑니다.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만나게 되는 다람쥐들

사람을 보아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빤히 쳐다보곤 제 갈길을 갑니다.


제가 다람쥐를 볼 때마다 멈추어 사진을 찍으니, 제 남편

다람쥐 보러 온건지 석굴암 보러 온건지 헷갈린다며 피식 웃습니다.




시누대라 하나요, 산죽이라 하나요

남쪽 지방에서나 볼 수 있는 대나무 숲


만파식적 생각이 나긴 했지만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스스로 소리를 내었다는 피리를 만들기엔 

너무 갸냘퍼보입니다.




오랜 세월의 흔적인지 화강암 바위에 이끼가 끼고

그 위에 다시 나무가 자랍니다.




가만히 놓여진 석굴암 석물들

석굴암을 수리할 때 교체된 구부재들과 기타 주변 석물들로 

신라인들의 손길이 닿아있어 함부로 버리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석굴암 오르는 우측으로 절이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이 지난 지는 이미 오래이건만

아마도 일년내내 이 연등을 걸어놓는 걸까요?


등 하나하나 마다 소원지가 걸려있어

현생을 살아가면서 이루고 싶은 소원들, 극락왕생의 기원들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절대자에게 얻고자 하는 위안과 안식들이 담겨져있는 것이라

단 한 개의 등도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절을 우측으로 보고 돌계단을 몇 개 더 오르니

드디어 석굴암이 나옵니다.


하지만 예전에 보았던 기억과는 다르게

석굴암이 전각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게다가 두꺼운 유리로 본존불 앞을 막아놓아

오래전에 직접 보았던 기억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예전에 왔을 때에는 본존불을 직접 만져보고 

이 굴안에도 들어가 보았던 듯 싶은데...


아마도 문화유산 보존 차원에서 접근을 막은 듯 싶습니다.




무심코 사진을 찍었는데

찍으면 안된다고 하시네요.

이미 찍었는데......


삭제할까 하다가 이마저도 없으면 너무 허무할 듯 싶어...그냥 간직합니다.


석굴암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면 

좀 덜 서운할 듯 싶습니다.


석굴암의 부조를 다 볼 수는 없었지만

이 부조들은 관음보살과 제자들의 상이라고 합니다. 




석굴암에 관해 자료를 제공하는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빌려봅니다.

석굴암의 대칭구조며
이마에 박힌 보석이 아침햇살을 받으면 그 빛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일본이 탐을 내어 통째로 파가려 했다든지 등등의 단편적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석굴암의 과학성을 이야기하던 것 중의 하나가 그 방향성이라네요.
이 석굴암이 문무왕릉(즉 대왕암)을 향해 있다는 말도 있지만
해가 길어지는 동지를 옛사람들은 신성한 날로 여겨 동지때 일출방향으로 향해 있다는 것이 더 
설득력있는 표현이라네요.

게다가 그 정확한 방향을 찾는데 천분의 일 미만의 오차밖에 없어 
당시의 높은 과학수준을 알려주는 굴이라고 합니다. 



내려가는 길...


이 돌들도 모두 신라인들의 손이 닿았던 것일까...잠시 생각해보지만

아마도 후세에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새로 설치한듯....


석굴암으로 오던 그 호젓함은 석굴암을 보고 나와서도 여전히 좋은 점 중의 하나입니다.






게다가 석물들에 새겨진 흔적들을 보면서 그 또한 신라인들의 손길이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래쪽의 절과 연등이 보입니다.

안개로 가려진 더 아래쪽에는 동해바다가 있을겁니다.




대학입시 백일 기도접수를 받고 있네요.

아마도 마당에 걸린 등 중에는 수험생들의 부모님이 걸으신 등도 있겠지요.


제가 자랄 때 저희 생일날이나 중요한 날

저희를 위해 연등을 걸어주시던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네요.




시집 온 다음에는 시댁의 종교를 따르라며 더이상 걸어주시지 않으셔서

다소 서운했던 기억도 납니다. 

(저는 유교도 불교도 기독교도 카톨릭도 모두 저마다의 신앙이므로 

배척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빠져들지는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ㅎ)



석굴암을 보고 돌아나온 길

올라갈 때 보았던 '불국대종'이 더 선명히 눈에 들어옵니다. 




이 불국대종을 울리는데 드는 돈은 천원


번뇌가 사라지고 지혜가 생기며 고통을 여의고 정신통일이 이루어지는 종이라고 합니다. 


그 돈으로 무료급식,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돕기에 쓴다는데...

계단을 내려오는데 누군가 치는 청아한 종소리가 

제 마음을 울리고 사방으로 울려퍼집니다. 


- 아싸, 천원...이천원


했더니 남편이 웃네요. (^-^)v



오래전, 30년도 더 된 학창시절에 선생님들 따라 뭣도 모르고 다녀갔던 석굴암

이렇게 반백에 접어서서 남편과 함께 다시 오니 

참으로 감회가 새롭네요. 


제가 다녀온 날은 평일이었는데도 외국인들과 가족들, 어린 꼬마들

그리고 휴가를 나온 듯 싶은 군화와 곰신들도 보이더군요.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걸으며 옛 신라인들의 숨결을 느껴보기에도 좋은 코스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