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개구리 소리 요란한 강원도 산골마을
올챙이를 닮았지만 올챙이는 전혀 들어있지 않은,
그렇지만 올챙이국수로 널리 알려진 강원지역의 별미,
옥수수 국수를 소개해 드리려 해요^^
유난히 산이 많은 강원도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 산, 산들이 거의 대부분이죠.
너른 평야를 품은 남쪽 지방에 비해 산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산에서 나는 각종 임산물들을 수확해 생계로 삼기도 했지만
가파른 산을 개간하여 밭으로 만들어 그 밭에
옥수수와 감자를 심어 식량으로 삼았지요.
산을 개간하여 밭으로 일구어 먹을거리를 재배하던 사람들을 화전민이라 했다지요.
비가 적게 와도 땅이 척박해도 쑥쑥 잘 자라는 작물 중의
하나가 바로 옥수수와 감자입니다.
강원도 사람들을 일컬어 감자바위 혹은 강냉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별칭을 싫어하는 분들도 많지만 어찌 보면 화전민들은
주어진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그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작물을
잘 찾아 재배하며 현명하게 삶을 개척한 사람들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 덕분에 지금까지도 강원도를 대표하는 지역 특산물로
감자와 옥수수를 빼놓을 수 없지요.
(그러므로 감자바위와 강냉이 별칭은
고난이나 시련에 굴하지 않는, 강원도민의 우직하고 꿋꿋한 심성을 반영한
호칭이라 생각해요. 미련함이 아니라^^)
어쨌든 모든 작물이 살아 숨 쉬는 요맘때 강원도를 여행하다 보면
산간의 비탈진 밭이나 너른 밭 모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나가는 옥수수들을 쉽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여름 한 철, 우리나라 국민 거의 모두가 한 번쯤은 입에 물고
불어 보는 옥수수 하모니카입니다.
그럴 만큼 옥수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전 국민들의
먹을거리이자 간식거리였는데요.
오늘은 이 옥수수를 가을볕에 딱딱하게 말려 저장해 두었다가
일 년 내내 국수로 만들어 먹었던 옥수수 국수,
일명 올챙이국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리가 먹는 옥수수는 찰옥수수와 메옥수수 두 가지로 나누는데요,
찰옥수수는 쫀득쫀득 찰기가 높아 여름철 간식으로 많이 먹지만
빵이나 올챙이국수, 옥수수묵을 만들 때에는 메옥수수(황옥)를 많이 쓴답니다.
찰옥수수로 음식을 만들었을 경우에는 금방 먹을 때에는 상관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찰옥수수 내의 당분이 전분으로 변하면서 쉽게 딱딱해지기 때문에
찰옥수수는 옥수수를 활용한 가공음식에는 적합지 않은 단점이 있답니다.
(요즘은 풋 찰옥수수를 긁어내어 만드시는 분들도 더러 계시 다네요.)
그럼 옥수수로 올챙이국수를 만드는 과정을 한 번 살펴볼까요?
먼저 잘 여문 황옥 옥수수를 끓는 물에 넣어 충분히 불려줍니다.
대개 하룻밤 정도 불립니다.
그래야 딱딱한 옥수수가 속까지 물이 닿아 부드러워지고 입자가 곱게 잘 갈려
그 갈린 부분에서 녹말을 충분히 빼낼 수 있습니다.
넉넉히 불린 옥수수를 맷돌이나 분쇄기에 넣고 곱게 갈아줍니다.
잘 간 옥수수는 체에 걸러 물을 가라앉혀서 앙금(전분)을 만들어줍니다.
겉물을 따라버리면 아랫부분에 뽀얀 옥수수 전분만 남지요.
(도토리가루나 감자가루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도토리가루와 감자가루는 이 가라앉은 전분을 햇볕에 몇 날 며칠 바짝 말립니다.)
이 앙금을 가마솥에 넣고 물을 부어가며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으면서 되직하게 풀을 쑤어줍니다.
이때 불 관리를 하며 천천히 계속 저어주어야 솥 밑바닥에
눌어붙는 부분이 적어지고, 타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전통음식들이 대개 그렇듯 이 올챙이국수도
슬로푸드의 일종으로 오랜 시간과 품, 정성과 끈기를 들여야 합니다.
뜸이 충분히 들어야 국수로 내렸을 때 풀어지지 않는답니다.
더운 여름철, 뜨거운 장작불 옆에서 오랫동안 옥수수 풀을 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뜸을 충분히 들인 옥수수 풀은 냉수를 담은 큰 그릇 위에
구멍이 촘촘하게 뚫린 올챙이국수 틀을 얹어 부어 눌러줍니다.
이 틀을 빠져나오는 모양이 올챙이 같다 하여 올챙이국수라고 부르는데요,
여러 사람이 함께 눌러주면 힘이 많이 가해져서
일반 국수 모양으로 길게 쭉 빠지지만
혼자서 하는 경우 힘이 달려 뚝뚝 끊어지며 올챙이 모양으로 빠져버립니다.
그래서 흔히 올챙이국수라고 부르지만
어떤 분들은 ‘올챙이로 국수를 만드는가 보다’하고 오인하는 경우도 많지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완성된 올챙이국수입니다.
꼬불한 모양이 올챙이 머리 같기도 한 가요?
올챙이국수의 맛은 한마디로 '아무 맛도 없는 맛'이 바로 제맛입니다.
경상도분인 저희 친정어머니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라
표현하시기도 하시지만요.
다른 집들보다 유난히 제사가 많은 종갓집인지라
친정 엄마 장보기 때 가끔 따라다녔는데,
춘천 중앙시장 한 귀퉁이에 시골에서 나온 듯한 아주머니가
양동이 가득 담아 팔고 있는 노오란 색깔의 국수가 정말 맛나 보였더랬습니다.
엄마에게 사달라고 했더니
ㅡ 니 맛도 내 맛도 아니다. 차라리 빈대떡이나 사 먹자.
하시더군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국수가 도대체 어떤 맛인지 궁금했지만,
기름 냄새 고소한 빈대떡에 밀려 결국은 맛보지 못하고 말았지요.
처음 맛을 본 건 남편의 고향인 이곳 홍천으로 시집와서였습니다.
이곳은 아직도 5일장이 서는데,
5일 장날만 되면 몇몇 아주머니들이 이 올챙이국수를 쑤어와서
함지에 비닐을 씌워놓고 판매를 하셨습니다.
남편이 어머니 드린다고 사가지고 오니
시어머님이 굉장히 반가워하며 드셨습니다.
저도 옆에서 한 그릇 먹으려고 시작했는데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더군요.
어렸을 적에 친정엄마가 말씀하신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세 번째로 올챙이국수를 접한 건 마을 일을 하면서
마을 체험 프로그램으로 이 '올챙이국수 만들기'를 넣으면서였습니다.
알고 보니 마을의 제법 연세 드신 어머님들 댁에는
거의 모두 맷돌과 무쇠솥, 올챙이국수 내리는 틀이 있더군요.
처음으로 올챙이국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보았고,
또 체험객들 대상으로 함께 올챙이국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무 맛도 없는 맛,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올챙이국수는
다진 청양고추와 조선간장 양념과 열무김치에 함께 말면 별미가 됩니다.
찰기가 없기에 젓가락으로 집어지지도 않고 뚝뚝 끊어져서
숟가락으로 퍼먹어야 하는 국수입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무더워지기 시작해서 입맛 없는 여름철,
힘들여 씹을 필요 없이 술술 넘어가서 저절로 든든하게 요기가 되기에
의외로 이 올챙이국수를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난하고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 만들어 먹던 음식이지만,
지금은 별미로 그 순수한 맛을 찾으십니다.
아, 저 같은 경우 이 올챙이국수를 반쯤 먹고 찬물을 부우면
마술처럼 도로 한 그릇이 되어 버리기에
가끔 다이어트용으로 먹기도 합니다.ㅎ
게다가 올챙이국수는 어떤 화학적인 첨가물을 넣지도 않고,
성분 자체가 콜레스테롤이 없는 순수한 녹말 그 자체인데다가
100g 당 열량도 49칼로리 밖에 되지 않아 여성들이 즐겨찾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 지역에는 이 올챙이국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여
판매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5일장에서 판매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직접 상품을 등록하여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농가도 계십니다.
40여 년 동안 옥수수 농사를 지으면서 올챙이국수를 만들어 오신
김선녀라는 분인데요.
KBS 6시 내 고향, MBC 명품 여행 곳에 가면, EBS 한국 기행 등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시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시는 분들
대상으로 판매도 하시다가 인터넷으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전국 각지의 많은 분들에게 올챙이국수의 참맛을 알리고 계십니다.
그야말로 이 올챙이국수도 당당하게 6차 산업의 일원으로 진입했습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조금씩 조금씩 여름으로 다가섭니다.
올여름, 휴가철에 강원도를 여행하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올챙이국수를 꼭 한 번쯤 맛보세요.
(그전에 드시고 싶으시다면 인터넷으로 주문하셔도 됩니다.
올챙이국수는 매일매일 새벽마다 장작불을 때서 만듭니다.)
참고 : 옥수수 씨눈에는 필수 지방산으로 구성된 지방의 함량이 많아
영양가가 높고 비타민 E가 풍부하여 피부 미용에 좋고,
레시틴이 들어 있어 뇌를 튼튼하게 한다고 하죠.
이 밖에도 이뇨 작용이 있으며, 위장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효능도 있다고 합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ㅡ 올챙이국수 만들기 동영상 보기(마을 촬영, 패밀리가 떴다,
이별여행 편에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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