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_DAUM->
이른 봄, 눈을 뚫고 나온다고 해서 눈개승마라 부르기도 하고
높은 산에서 자란다 하여 눈산승마라 이름 붙은 나물을 소개해 드립니다.
눈이 내린 지는 한참 되었는데,
아직도 뚫고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이제나저제나 들여다보기를
한 며칠 그러곤 잊어버렸더랍니다.
그런데 제주도 견학 다녀온 제 서방님, 집 비웠던 뒤끝이라 궁금한지
밭이며 주변을 쭉 둘러보다가 눈개승마 뜯을 때 되었으니 신경 쓰라네요.
그래서 작년의 묵은 가지를 쳐주고, 주변의 풀들도 잡아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렇게 실하게 자라 수확할 만 해졌습니다.
길이는 한 뼘 크기일 때, 굵기는 엄지손가락 굵기일 때 뜯어야 연하고 맛납니다.
3년 이상 지난 눈개승마를 뜯어야 줄기도 굵고 씹히는 맛도 좋습니다.
아래쪽 가느다란 건 2년 정도 된 것입니다.
눈개승마 모를 심으면 씨가 뿌려지고 주변에서 다시 돋아나
새로 크기에 굵기가 제각각입니다.
뜯으면서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또 새로운 순을 쑥 밀어 올리거든요.
(작물들도 듣는 귀가 있다네요. 해마다 찰옥수수를 심고 나면
높은 밭 가장자리에 앉아 심어놓은 어린 모들을 바라보며
한참씩 쳐다보고 있던 서방님 생각나네요.
뭐하냐고 했더니 어린 모에 잘 살아달라고 속삭여줬다네요)
그래서 저도 그다음부터 무엇을 수확하든 무엇을 심든
늘 잘 자라라고,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 이야기를 건넵니다.
늘 풀밭이 되곤 하던 살구밭 아래, 눈개승마모를 한 판 얻어다
심은 지 햇수로 3년, 올해 정말 실하게 수확을 했습니다.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찬물에 여러 번 헹구어 내었습니다.
오래 데치면 물러져서 맛이 없기에 약 스물까지 헤아리고 나면 끄집어냅니다.
사실 데치면서 줄기를 만져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모처럼 눈개승마를 풍성하게 수확해서 요리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제일 쉬운 건 두릅처럼 물기를 짜서 초고추장에 그냥 찍어 먹기.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초고추장이나 된장, 간장, 고운 소금 등 각각의 밑간에
깨소금과 참기름, 파, 마늘 양념해서 조물락 무쳐 먹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먹기 좋게 부침 가루를 묻힌 후, 강황 가루나 카레 가루를 반죽하여
팬에 지져내어 부침개로 부쳐봤습니다.
아이들 간식용으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어른들 술안주가 되어버렸네요^^
달래장을 끼얹으면 입안에 봄 향기가 가득하겠죠?^^
이번에는 눈개승마 밥 짓기.
눈개승마를 맛소금(혹은 집간장) 1작은술, 들기름 한 큰술에 조물조물 버무리고
밥쌀을 씻어 솥에 안친 후, 눈개승마 무친 걸 위에 놓고 취사를 누르면 됩니다.
그러면 이렇게 부드럽고 맛난 눈개승마 밥이 됩니다.
나물밥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제 서방님이 눈개승마 밥을 해 놓으니
다른 반찬 필요 없이 양념간장과 함께 비벼 후다닥 해치웁니다.
그러더니 어제 아침,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모아 저녁을 예약해 놓네요.
덕분에 퇴근하자마자 눈개승마 더 뜯어다가 눈개승마 밥을 두 솥이나 했네요^^
다들 너무 맛있다고, 이렇게 맛있는 밥 처음 먹어본다며
냉면 대접으로 세 그릇이나 드시는 분도 계시네요^^
마지막으로 눈개승마 장아찌를 담았습니다.
간장, 매실, 설탕, 식초, 물을 각각 동량의 분량으로 섞어
팔팔 끓인 후 데친 눈개승마 위에 부어줍니다.
하루 정도만 지나도 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놓은 눈개승마 장아찌는 약간의 간장 물과 함께 밀봉하여
냉동 보관하면 일 년 내내 무르지 않고 맛나게 드실 수 있습니다.
눈개승마로 만든 눈개승마 요리 4총사입니다.
눈개승마는 말려서 묵나물로 만들면 육개장에 넣어도 좋고
그야말로 소고기처럼 쫄깃쫄깃 씹히는 맛이 좋아 소고기 나물로 불립니다.
전 묵나물보다는 이렇게 파란 나물로 요리한 게 더 좋더라고요.
사실 눈개승마 묵나물도 저희 마을에서 팔긴 하지만
나물 중에 판매가격이 제일 높은 나물입니다.
그래서 요즘 재배하는 농가 수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햇나물 나왔을 때 사두었다가 냉동 보관해서 드시면
더 싱싱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드실 수 있을듯합니다.
그럼, 눈개승마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인삼의 사포닌 성분이 들어있고 이파리 모양은 산삼이파리를 닮았다 하여 산나물이라고도 불리는데
다 자라 꽃이 피면 뾰족뾰족 밤에 보면 꼭 눈 내린 듯 그런대로 매력 있기도 합니다.
나물치고는 드물게 칼슘, 인, 철분, 베타카로틴, 단백질 등을 함유하고 있으며,
피를 맑게 하고 피로해소에 좋다고 합니다.
요즘같이 피곤하고 나른해지기 쉬운 봄철 먹으면 눈이 맑아질 듯 싶어요.
이렇게 많이 자라면 눈개승마로 인해 밭이 무성해져서 풀을 덮어버리기에
잡초가 많이 나는 밭에서 재배하면 좋을 듯 싶네요.
그다음 해에는 옆에서 또 새로 나서 번식률도 높고요.
그래서인지 일부 지방에서는 비 뚝 발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별로 예쁜 이름은 아니네요.
아마도 거친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은 아닐지?
눈개승마 꽃도 가만 들여다보면 참 예쁘죠?
올해에 미처 다 뜯지 못하고 남겨두는 것들은
내년에 새로운 눈개승마로 태어나기를 기원해보며
요즘같이 미세먼지 심하고 나른 나른 피곤한 봄에
눈개승마 요리로 활기를 되찾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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