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아늑한 하룻밤을 보내게 했던, 베레트리의 아젠지아 아그리콜라 이아켈리 농장을 떠나 버스가 당도한 곳은 움브리아 지방의 작은 도시 오르비에또다.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 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오르비에또다.
저 멀리 높게 보이는 도시가 바로 오르비에또.
오르비에또, 이름만 불러도 가슴이 아련해온다.
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떠나고 싶지 않은 곳
바로 오르비에또다.
오르비에또는 세가지로 유명하다.
슬로우푸드 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 오르비에또의 백포도주 오르비에토, 그리고 성체성혈의 기적이 일어난 카톨릭계의 성지라는 점.
그중에서 내게 가장 깊은 인상으로 남았던 건 아름다운 두오모 성당의 모습도 있지만 다름아닌 마을의 분위기였다.
오르비에또로 오르는 길,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은회색의 올리브 나무들이 울창하다.
오르비에또는 로마에서 피렌체를 향해 100킬로미터쯤 가면 나오는 도시이다.
기차로 한시간 반, 버스로 약 두시간 정도 걸린다.
높은 산 위의 넓은 화산암 지역에 건설된 오르비에또는 유럽에서도 가장 극적인 지역에 위치한 도시들 중 하나로 적들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꼬불꼬불 올라가는 언덕위에 성채를 짓고,도시를 건설했단다.
교황의 피신처로도 알려진 곳으로 이곳의 도시들은 아직도 중세풍이다.
꼬불꼬불한 바위 절벽들을 돌고 돌아 올라온 곳, 마을의 입구다.
우리에게는 슬로우시티로 알려진 오르비에또는 이곳의 시장이 바로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우 푸드 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자연친화적이고 생명존중의 라이프 스타일로 이끌며
지금까지도 중세풍의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원래 오르비에또를 오르려면 그 유명한 가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이탈리아의 민요 '푸니쿨리 푸니쿨라'에 나오는 푸니쿨라레를 타고 오르는데 우리는 전용 버스가 있어 마을입구인 카헨 광장(Piazza Cahen)까지 바로 올라갔다.
카헨광장에 주차된 차들,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관광객이 꽤 많이 와 있다.
이곳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두오모 광장을 오르는데, 일단 오르비에또의 성으로 향했다.
오르비에또의 성 입구
바로 이 성은 고도 300미터의 화산암에 건설된 성이다.
성 안에 들어서면 아름드리 나무들과 잘 가꾸어진 정원의 잔디밭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절벽위에 세워진 높은 성
이 성 가장자리에서 내려다 보면 푸른 나무에 둘러싸인 중세풍의 돌집들과 성아래 도시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래된 이끼의 흔적들
세월, 세월, 세월들....
우리가 올라온 꼬불꼬불한 길이 보인다.
사진을 놓쳤지만 커다란 바위가 절벽에 그대로 붙어 있다.
어디를 보아도 다 아름답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그 자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나무들이 내가 살아숨쉬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막혔던 숨이 화악 트이는 느낌
오르비에또의 아름다운 성은 내게 그런 느낌이었다.
성에서 바라본 카헨광장
은회색의 아름다운 올리브 나무들
문지기 혹은 병사가 서서 지켰을 곳
성구경을 마치고 두오모 광장으로 오르는 마을 버스를 탔다.
사람들이 가득 차서 서서 가야만 했는데 뒷자리의 나이드신 할아버님이 나보고 앉으라고 권하신다.
괜찮다고 사양하는데 거듭 권하신다.
예의도 참 바르다.
이탈리아 남자들은 어리나 젊으나 나이가 들었으나 정말 너무 너무 타고난 사랑쟁이, 친절쟁이들이라더니
진짜 그렇다.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종종 받는 그런 느낌,
이탈리아에 살고 있는 내 조카 녀석도 그렇다.
말을 얼마나 이쁘게 하는지 우리 막내 민재녀석이 샘을 낼 정도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말도 못하게 좋다.
사람을 홀리는 재주들이 있는 듯 싶다.
조카녀석도 어느새 이탈리아 남자가 되어가는 듯하다고 딸이랑 웃었다.
PS. 오랫만에 유럽 여행기 다시 올리네요.
지난번에 올렸던 여행기는 농진청 블로그 쵸니에 올렸던 글로 대신하며, 이아첼리 농가의 분위기는 사진으로 대신했습니다.
시간되면 이아첼리 농가사진 설명 다시 드릴께요.(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죄송. 이 글도 거의 한달만에 나왔네요^^;;)
잠시 사죄의 의미로 서비스 하나,
푸니쿨라를 타지 못했지만,
나폴리 민요인 푸니쿨리 푸니쿨라에 관해 잠시 소개를 드릴께요.
먼저 감상부터 하시고 가실께요^^
https://www.youtube.com/watch?v=yTSAZAHiOa8#action=share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푸니쿨리 푸니쿨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G4SbelgIFk
영혼을 노래하는 안드레아 보첼리(제가 좋아하는...)의 푸니쿨리 푸니쿨라도 듣기 좋습니다.
푸니쿨리 푸니쿨라[Funiculi - Funicula] 는 케이블카를 타자, 라는 뜻이랍니다.
1880년 베수비오 화산에 개통된 케이블카의 이용을 권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인데요,
사람들이 화산이 폭발할까봐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않자 케이블카를 설치한 코머스 쿡이라는 사람이 이 노래를 만들게 해서 피에디그로타 가요제에 참가시켜, 폭발적으로 유행하게 되어 케이블카의 손님도 늘어났다고 하네요.
노래의 효과, 정말 크죠?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가사
어느날 밤 나는 산으로 올라갔다. 어느 산인지 알고 있나?
거기서는 너의 무정한 마음도 이제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산은 불을 뿜고 타오르고 있지만 달아나면 네게 아무짓도 하지 않는다.
네 곁으로 달려가서 너를 불태우지는 않는다.
바라보기만 한다면
가자, 가자, 꼭대기로, 케이블카로 올라가자,
자 가자, 지상에서 산 위까지 이내 닿는다.
프랑스도 프라시아도 보인단다.
그리고 나는 너를 본다,
케이블로 올라가자,
나는 꼭대기에 닿았다, 너에게서.
Aieressera, oì Nanninè, me ne sagliette, tu saie addò tu saie addò
Addò stu core ngrato cchiù dispietto farme nun pò!
Addò lo fuoco coce, ma si fuie te lassa sta!
E nun te corre appriesso, nun te struie, ncielo a guardà!...
Jammo, jammo ncoppa, jammo jà,funiculì, funiculà!
Nè... jammo da la terra a la montagna! no passo ncè!
Se vede Francia, Proceta e la Spagna...Io veco a tte!
Tirato co la fune, ditto nfatto, ncielo se va..
Se va comm à lu viento a lintrasatto, guè, saglie sà!
Jammo, jammo ncoppa, jammo jà, funiculì, funiculà!
Se n è sagliuta, oì nè, se n è sagliuta la capa già!
È gghiuta, pò è turnata, pò è venuta...sta sempe ccà!
La capa vota, vota, attuorno, attuorno,attuorno a tte!
Sto core canta sempe nu taluorno Sposammo, oì nè!
Jammo, jammo ncoppa, jammo jà, funiculì, funiculà!
유럽 여행기(10) 중세의 흔적으로 남은 슬로우 시티 오르비에또의 두오모 성당(B)
성체 성혈의 기적이 나타난 성지
조만간 쓸께요.
카톨릭 신자들에겐 다음 편이 조금 기다려질런지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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