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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촌마을은요......

삼생아짐 2014. 1. 1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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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방학을 맞아 집으로 들어온 아이들을 붙들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밭이며 비닐 하우스 정리를 했습니다.

 

이른 봄 부터 가을까지 찰옥수수 모상이며 텃밭구실, 그리고 가을철 곡식 말리는 역할까지 했던 작은 하우스지만 고추랑 토마토섶이 너무 무성해서 시들어 말라지기를 기다리다 정리가 늦어져버렸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바싹 말라버린 작물들을 거두어내고, 비닐을 걷고 깨끗하게 정리한 후, 숯불에 구운 고기가 먹고 싶다고 해서 오랫만에 참나무 숯불을 피웠지요.

 

그랬더니 동네 어르신들이 한 분 두 분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고추장 양념에 재운 닭갈비로 금새 동네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소주 몇 병에 음료수 한 병이지만,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숯불위에서 자글자글 익어가는 닭갈비

냄새가 아주 좋습니다.

 

 

뉘집 개인지도 모르는 멍멍이 녀석도 멀리서부터 냄새를 맡고 살금살금 끼어들고요.

 

 

어르신들,지나던 개가 아이들이 먹여주는 고기를 따라 점점 더 안으로 들어오자 저놈봐라 하시더니 봉당지나 마루지나 들어온다며 웃으시다가 저거 몇그릇 되겠냐고 하시네요.-_-a

 

그러자 제 남편,

"에휴, 그래도 살아있는 녀석인데 그걸 보고 그릇수를 재면 어떡해요?"

하고 씨익 웃습니다.

 

사실 제 남편도 멍멍이고기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래도 살아있는 녀석을 보고 고기를 떠올리진 않아 그나마 다행이네요.

 

 

알고보니 이녀석이 뭉뭉이 아빠라네요. 키는 작지만 꽤 이쁘게 생겼습니다.

 

 

비글이 아가들이 태어났을때 까만색과 하얀색의 바둑이 무늬의 녀석들이 어디에서 왔나 했더니 바로 이녀석에게서 왔나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녀석이 서로 다투지도 않고 잘 노네요.

 

두 녀석의 노는 모습을 보던 뒷집 아저씨 하시는 말씀,기르는 개는 안 주인 성격 닮는다네요.

그러더니 앞집 은영네 개는 사람이 지나가면 길까지 따라 쫓아오며 지X같이 짖는다고 고개를 저으셔서

"그럼 은영엄마 성격이 지X랄맞다는 거예요?"
했더니 다들 웃음을 터뜨리시네요.

은영 아빠 바로 옆에서 들으시는데도요. 어휴, 강심장. 

 

 

그러자 제 남편,우리집 비글이도 밤새도록 지X맞게 짖어대잖아요?
하니깐 다들 제 눈치를 흘깃흘깃......(-_ど)

 


에휴,개도 성격봐서 길러야지 애꿏은 안주인만 욕먹이잖아요.

 

 

며칠전 민재녀석이랑 장에 다녀오다가 눈에 익은 개를 발견하여 차를 멈추고 다가가보니 재작년에 우리 비글이 아가로 태어난 녀석들을 사냥하시는 분에게 분양해 드렸는데, 바로 그 녀석들이더라구요.

 

 

더운 여름에 요런 자세로 낮잠을 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고 한창 웃었던 녀석들인데, 이렇게 늠름하게 컸네요.

 

 

이름이 삼팔이와 끙끙이라네요.

암놈은 하도 끙끙거려서 끙끙이(비글이만큼이나 보채나봐요^^;;)

숫놈은 삼팔이라고 지었는데 주인을 쫒아 사냥다니면서 오소리도 잡았다네요.

 

물거나 죽이지 않고 주인이 잡을 수 있도록 잘 몰아주고, 미닫이 문도 앞발로 열고 다닌다며 영리하다고 자랑하시더라구요.

 

잘 자라나서 사랑 받는 모습을 보니 참 좋습니다.

 

사실 이녀석들 태어나서 한달 지나자마자 아픈 바람에 제가 이녀석들 살려내느라고 좋다는 약은 전부다 구해서 먹였거든요. 남편이 자신은 개만도 못하다고 투덜거릴 정도로요.

그랬음에도 한마리는 결국 잘못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나머지 일곱마리는 잘 살려서 동네분들에게 무료로 분양했는데 가끔 이녀석들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어요.

 

 

민재도 알아보고, 저도 알아보는지 짖지도 않고 이렇게 애정표현을 하네요.

 

 

민재녀석 이참에 비글이 아가들 찾아보러 다니자네요.

얼마나 자랐는지,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다고요.

  

 

사람이나 개나 역시 교육이 참 중요한가 봅니다.

 

이렇게 사냥개로 훈련시키면 용맹한 사냥개가 되어 오소리도 잡아오고, 쥐도 잡아놓고, 참새도 잡아놓고...

이쁘다고 쓰다듬어 주기만 하면 정은 많겠지만 버릇없는 애완견이 되어버리고,

가끔 민재녀석, 우리집 개는 똥만 안 먹었지 완전 똥개나 마찬가지라며 탄식을 하는데

 

좀 더 신경쓰고 기를걸 하는 후회가 슬며시 됩니다.

 

뭐, 그래도 앉으라면 앉고, 기다리라면 기다리고, 손 달라면 손 주고, 꼭 용변도 정해진 자리에서 보니 그만하면 잘 기른거죠?

  

어느덧 2013년이 지나고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결산정리며 서류 정리, 한식조리사 교육, 전자상거래 물건 포장 등 이런저런 일 등으로 컴퓨터 교육을 미루어왔는데 해가 바뀌자마자 이웃마을 어르신들이랑 주민분들이 센터로 모여드시네요.

 

 

오랫동안 농사일로 뼈마디 굵어진 손가락으로 한 자 한 자 힘겹게 배우시며 컴퓨터를 익히시는 분들

70이 넘어 배워 어디에 써먹겠냐며 힘들다고 한숨을 푹(!)푹(!) 쉬시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배우러 오십니다.

사실 손가락을 많이 움직여야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고 제가 꼬시기도 합니다.ㅎ

 

 
게시판에 댓글 올리는 거 알려드렸더니 새로오신 면장님께 환영인사 쓰시고 노인정을 건립해 달라고 부탁말씀을 올리시네요.
(배우시자마자 알차게 활용하시네요.^^; )


곤드레나물포장이랑 전자상거래 배송 작업을 도와주던 막내녀석,할아버지들이 제 말을 되게 잘 듣는다며 타자가 잘 안되자 고개를 갸웃거리시는 모습이 되게 귀여우시다네요.o(^-^)o 
 

 

농사일로 굳어진 손으로 한 자 한 자 열심히 익히시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서로서로 격려해 주시는 모습도요.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못하는게 부끄러운게 아니라 안 하는게 부끄러운거죠.

 

 

사실 어르신들 정보화교육을 하면서 제가 늘 더 큰 기쁨을 얻는답니다.

하나 배우면 열개 까먹는다시면서도 하나하나 적으시고 집에 가셔서 복습하고 오셔서 혼자서도 잘 활용하시는거 보면 참 좋습니다.

 

예전에 90이 넘으신 어떤 분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지요.

 

60에 정년퇴직을 하면서 내 인생은 이제 끝났구나, 했는데 살다보니 95세까지 살아오셨다고요. 그러고보면 그 후로도 35년이란 세월을 낭비해 버렸다고요.

 

그래서 다시 영어도 배우고, 사진도 배우고 새로이 삶을 시작하신다면서 인생은 숨을 쉬는 동안에는 끝났다 생각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어르신들이 70이 넘은 나이에 배워서 뭐하겠냐 하실 때마다 그 말씀을 꼭 해드립니다.

 

그리고 저또한 그 말을 가슴속에 새기며 삽니다.

 

삶이란...내일 당장 어떻게 될런지 알 수 없기도 하지만 

또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한 그 시간에도 지속되는게 삶이기도 하다구요.

 

사는동안 최선을 다해, 그렇게 살아야 언제 이 세상을 떠날런지 모르지만 눈을 감는 순간에 후회가 남지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