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작가(그린대로) 2024년

김장무 솎아 열무김치 담았어요

삼생아짐 2024. 9. 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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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연일 무더운 날씨에

최근 들어 비가 며칠 장하게 내리고 나니

돌산갓과 갓을 뿌려놓은 밭이 완전 밀림이 되어버렸어요.

 

 

작물 사이 길에도 잡초가 무성하니 돋아나 

어느게 작물이고 

어디가 길인지 구별이 안가요.

 

 

게다가 요맘때 나는 풀들은 

이미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는지

올라올 때부터 모두 씨앗을 주렁주렁 매달고 올라와요.

 

비름나물 한 줄기, 명아주 한줄기에 

씨앗을 거의 백개씩 매달고 나와서 

서리내리기 전 바닥에 씨앗을 뿌려놓고 장렬히 전사하지요.그럼 그 다음해 그자리엔 수백개의 풀들이 올라옵니다. ㅠㅠ

 

그래서 가을에 나는 풀들은 미리미리 다 뽑아주어야 해요.

 

 

일주일에 걸쳐 돌산갓 밭과 알타리밭 김매서 길을 내주었답니다. 

 

드디어 작물사이 길이 보이죠???

제 속도 시원해요.ㅎㅎ

 

 

그리고 김장무 심은 밭에서 열무를 솎아내어 

김치담기

 

1차로 솎아내어 담은 열무김치는 거의 스무통이 넘었는데 

추석을 보내면서 

아이들과 양가 어머님들, 형제들, 친척들과 나누었더니 

우리 먹을 게 없어졌어요.ㅠ

 

 

그래서 이번에는 2차로 심은 열무랑

김매면서 보니

날이 워낙 더워 갓도 빨리 커서 뽑아 함께 김치 담았어요.

 

 

 

요즘 배추값이 금값이라 일찍 김치 담아 먹을 수 있다는게 오히려 다행입니다. 

 

 

 

주말에 들어온 막내아들에게 김치에 갈아넣을 홍고추 따오라 한 뒤 꼭지따라 했더니

ㅡ 엄마, 나 농사꾼 아들이야.
하면서 김치 담을거 알아서 아예 꼭지를 따왔다고 하네요
이런 센스쟁이.ㅋ
녀석은 열무김치 보다 갓김치가 더 좋대요.
라면이랑 먹으면 최고라네요.
 
에공, 자취생 아들의 식생활을 보는 듯 싶어 잠시 가슴이 찡해집니다. 
 

 

직접 농사지은 홍고추와 새우젓, 까나리액젓, 마늘, 생강, 배 등을 갈아넣고

역시 직접 농사지은 찹쌀로 풀을 쑤고

또한 역시 직접 농사지은 파를 썰어넣고 양념을 만들었어요.

 

열무김치나 갓김치는 미원이 들어가면 깨끗한 맛이 사라지기에 

미원 단 한알갱이도 넣지 않고 담았어요.

 

 
열무김치나 갓김치는 버무리면 풀내 날 수가 있으므로
 
 
큰 통에 담아 켜켜로 양념을 뿌리고
 
저온저장고에서 이틀간 숙성을 시킵니다. 
 

 

그리고 큰 함지에 쏟아 부어 양념이 골고루 섞게 한 후 

작은 용기에 옮겨 담습니다. 

 
 

이렇게 작은 통에 담아 다시 저온저장고로 옮겨 간 후 

한통씩 꺼내어 우리 농산물 많이 주문해 주신 고객들께 선물도 하고

먹을 때도 한통씩 꺼내서 먹으면 공기에 닿는 부분이 적어져서 쉽게 맛이 변하지도 않고

오래 두고 먹기 편하답니다.

 

이번에는 더 넉넉히 했으니 배추김치 담을때꺼정은 김치 걱정 없을듯해요.
 
그런데 갓김치는 두세번 더 담아야 해요.
이번에 열무김치 할 때 하느라 조금 뽑아서 했지만 
김 맬 때 보니 너무 커져서 얼릉 해야될듯요.
 
요맘때가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어린 열무김치과 맛난 갓&돌산갓 김치
이제부터 달걀지짐과 초고추장만 있음 식사준비 끝입니다!!!
 
 
국수 말아 먹어도 좋고요.^^
 
열무김치나 갓김치 국물에 파인애플이나 매실액을 넣으면 그 자체로 완벽해요.
 
 
 
 
우리집 꼬마들도 양푼이에 비벼서 쓱싹.넘 기특해요^^
 
 
 
다섯살 밖에 되지않은 수환이도
 
이렇게 잘 먹어요.
 
 
그나저나 내가 잡은 벌레들은 나비가 되지 못할거예요.ㅠㅠ
 
올해는 더워서 그런지 유난히 벌레들도 설치더라구요.
약을 치지 않고 먹으려니 하나하나 잡아줄 밖에요.
 
처음에는 징그러워서 손도 못 댔는데
농촌 생활 30년이 넘으니 이제 이녀석들도 손으로 잡아주네요.ㅠㅠ
 
날만 좋으면 하얀 나비들이 나풀나풀 날아 알을 쓸어 놓으면
이렇게 벌레들이 생겨나는거죠.
 
이녀석들을 바로 나비 애벌레들....
보기에는 이쁜 나비들이지만 작물에는 해충일 밖에요.
 
원래 김장무를 심을 때,
세알을 심어
하늘을 나는 짐승들에게 한 알
땅에 사는 벌레들에게 한 알
그리고 나머지 한 알을 사람이 먹는다 했는데
직접 농사를 지어보면
이렇게 베풀다 보면 사람 몫이 없어요.ㅠㅠ
 
 
더불어 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