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장에 가면~~
Go East!!
어렸을 적에 많이 한 게임, 기억나시나요? 시장에 가면~ 시장에 가면, 오징어도 있고 시장에 가면, 오징어도 있고, 문어도 있고, 시장에 가면, 오징어도 있고, 문어도 있고, 새우도 있고, 기타 등등 이렇게 끝없이 되풀이 되던 게임, 다들 한 번 해 보셨을거예요.
그래서 저는, 없는 게 없어 신기한 시장구경을 참 좋아한답니다. 돌아보는 재미, 요것 조것 맛보는 재미가 참 쏠쏠하거든요.
요즘의 전통 시장은 예전의 질퍽거리고 어둡던 재래시장과는 달리 이렇게 바닥도 깨끗하고, 불도 환하고,또 춥지 않아 좋아요. 어렸을 적, 엄마 따라 다니며 보던 전통시장은 어둡고 또 무척 추웠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판매하시는 상인분들이 거의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라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도 나고, 아, 이제 저도 나이먹을 만큼 먹었으니 친정어머니, 친정아버지 같아 좋다고 해야 하나요. 하여튼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주름진 손, 주름진 이마가 참으로 정겨워서 좋거든요.
싱싱한 생선가게랍니다. 생태들이 나란히 나란히! 어, 이녀석들 배 맞춘넘도 있네요? 원래 제사상의 생선은 배를 맞추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녀석들은 제사상이 아니라 술꾼들의 술상에 올라갈 넘들이라 그냥저냥 놓나 보네요.
이쁜 선인장 꽃처럼 돌돌말아놓은 문어
아, 이 녀석은 살아있네요. "문어가 알 낳은거 봐라" 아주머니가 문어가 알을 낳았다고 하셔서 깜짝 놀라 쳐다봤더니 이녀석들 엉키지 말라고 사이에 탁구공만한 플라스틱 공을 넣어 놓으셨는데, 꺼내다보니 그 공이 같이 떨어져서 아주머님이 저를 놀리시느라 문어가 그새 알을 낳았다고 하시네요.^^;; 또 한녀석은 그새 탈출을 꾀하고 있고요. 정말 잡아먹기 미안할 정도로 싱싱하고 힘이 넘쳐나는 녀석들이었죠. 싱싱한 녀석들은 또 있네요. 거품을 뽀글뽀글 뱉어내는 멍게들 어렸을 적에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대구에서 살았었는데, 편식 심한 오빠가 멍게를 좋아한다고 퇴근하시면서 작은 아버지가 이 멍게를 꼭 사오곤 하셨어요. 그때에는 이 멍게를 새끼줄에 두릅처럼 꼬아서 들고 들어오셨었는데...그때에도 오빠는 겨우 한 두개 먹을까 말까, 저만 신났었죠. 어렸을 적에 먹었던 싱싱한 멍게의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오빠 몫을 대신 먹어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ㅋ 요 각종 조갯살과 조개를 사다가 해물탕을 끓이면 술안주로도 저녁 찌개로도 끝내주는데... 특히 국물이 시원하고 맛나지요. 시집와서 첫 요리를 선 보일때, 시어머니가 해물탕을 좋아하신다고 해서 잘 보이려고 참 열심히 끓였었지요. 뭐, 맛나다고 칭찬도 받았었어요. 그래서 생신때도 해물탕을 끓여드렸지요. 오랫만에 시어머님 해물탕 한 번 끓여 드려야겠네요. 아직 도루묵이 잡히나 보네요. 지난 겨울, 도루묵이 풍년일 때 한 박스 구입해서 열마리씩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거 지금도 끓여 먹는데, 이제 다 먹었네요. 조만간 도로 한번 구입해야겠네요. 강릉 최부자가 3년 동안 그 껍질로 밥을 싸먹어서 망했다는, 껍질이 맛난 이면수, 심심해 보이는 간고등어, 가자미 등 각종 생선들 어렸을 적에 저희 친정에서는 단 한끼라도 생선없이 밥을 먹었던 적이 없는데, 비릿한 음식을 싫어하는 남편 땜에 제가 시집와서 생선은 많이 못 먹었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선만 보면 홀딱 반하곤 하죠.
우와~~다양한 종류의 떡들 떡보였던 할머니덕에 떡을 많이 접하긴 했지만, 사실 제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떡은 꿀떡이예요. 그 밖의 떡은 즐겨하지 않지만 이 떡을 보니 밥보다 떡을 좋아하셨던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살아계시면 제가 종류대로 많은 떡을 골고루 사다 드렸을 터인데...이제 사다드리고 싶어도 사다드릴 할머니가 안 계시니 많이...서운하네요. 살면서...부모님은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해요. 형편이 나아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할 수 있을 때 하는게 진정한 효도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시장 입구에 봉지 파시는 할머니
시장 상인들이 장사를 하다 봉지가 모자르면 이곳에 오셔서 사가시나 봐요.
각종 봉지가 크기대로 놓여 있는데 하루 수입이 얼마나 될런지...조금 궁금했어요.
시장 상인들이 장사가 잘 되어야 이 할머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필 터인데...
봉지대신 손수 만드신 듯한 식혜 한 병을 사 드렸네요. 시원하고 맛나네요.
그저 고소한 기름 냄새만으로도 입맛 다시게 하는 각종 전들 즉석에서 부쳐주는 메밀전도 맛났어요.
이곳의 메밀전은 다른 곳과는 달리 김치의 고춧가루를 씻지 않고 부쳐서 매콤한게 더 맛나네요. 즉석에서 동동주와 함께 메밀전 파티가 벌어졌지요.
고사상에 올라가던 돼지 머릿고기 오랜시간 푹 고아 젤처럼 흐물흐물하게 만든 후, 틀에 눌러 굳힌 음식인데, 한 덩어리에 만원이라네요. 집에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않으면 한 덩어리 사다가 울 아들녀석과 소주 한잔 하련만... 쳐다만 보다 지나쳤네요.
신혼초, 반찬을 제대로 못하는 저를 위해 친정에 갈 때마다 엄마가 사 주셨던 즉석구이김 굉장히 고소하고 맛나지요. 김치와 이 김 몇 장만 있으면 반찬걱정,끝이지요!! 지금도 반찬 마땅찮을 땐 생김 구워서 간장 찍어먹지만요. 그럼 밥 한그릇 뚝딱이지요. 좀 불량 주부 같아 미안하긴 하지만요.
바닷가 시장이라 그런지 각종 건어물 상회가 많았어요.
장아찌 및 젓갈들
푸릇푸릇 입 맛 도는 열무김치와 한 입 배어물면 얼얼하면서도 자꾸만 깨물게 되는 총각 김치 역시나 다양하고 가짓수 많은 각종 밑반찬 가게
제사 장보기 거리들 어렸을 적에 제사상에 오르던 사탕과 눈깔 사탕 알록달록 색입힌 이 사탕은 제사 지내기 전에 먹어보는 것이 소원일 정도로 어린 시절엔 유혹적이었죠. 사실 먹어보면 그리 대단한 맛도 아니었건만, 이 색사탕은 왜 그리 맛나 보였는지...
배에서 말린 오징어, 잡아 늘기지 않아 살이 도톰하고 짜지도 않으며 쪽쪽 찢어지는 맛이 있죠. 술안주로보다 간식으로 더 잘 팔리는 오징어네요.
아, 이제 봄이 오네요. 봄 소식을 알려주는 봄나물과 그래도 묵은 나물의 체면을 살려주는 비타민의 보고 시래기까지 대장암에 좋다고 알려져서 찾는 분들이 더욱 많이 계시지요.
요 만두가게도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랍니다.
새우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만두는 조금 있으면 점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유혹,
같이 간 일행께서 사주셔서 염치 불구하고 맛나게 먹었답니다.
직접 캐어오신 듯한 냉이가 있어 한바구니 샀습니다.
차가운 바닥에 하루종일 앉아 계실 터인데 마음이 좀 그랬어요.
집에서 담으신 듯한 고추장도 봉지에 담아 팔고 계셨어요.
아마도 시장에 가게를 마련하지 못하시고 댁에서 생산한 것들을 조금씩 내다 파시는 듯 싶었어요. 어서 빨리 할머님께서 돈을 많이 버셔서 이렇게 차가운 바닥이 아닌 가게에 떳떳하게 내어놓고 파시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나온 시장 끝에 옛정을 느끼게 하는 보리밥집이 있습니다.
음식값 4,800원, 벌금 2,000원^^;;
향긋한 산나물과 온갖 묵나물들,구수한 보리밥,제육 볶음,감자,된장 미역국에 스프까지,후식은 수정과에 절편...스무가지 남짓되는 이 많은 종류의 음식들을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는 착한 가격의 식당, 가 보실래요???
동해 중앙시장내 있답니다. 동해를 방문하시면 들러보셔요. 배부르고 속은 든든해지지만 지갑의 무게도 달라지지 않아요^^
전 시장내에서 떡이며, 식혜며, 메밀전이며 이것저것 주전부리로 배를 채운지라 요만큼 떴는데, 그나마 국물은 남겼어요.
쫘악~~ 주위를 둘러보니 이 벌금 조항을 모르시는 몇 몇 분이 남기시길래,
가위, 바위,보로 한 사람에게 몰아주기하자고 그랬죠.
눈치 슬슬 보며 갖다놓는데...왜 그리 미안하던지......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 정말 절대 남기면 안 될 듯 싶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식당 앞에 각종 물고기를 알기 쉽게 찍어놓은 물고기 도감이 있네요. 수정과 한 잔 씩 들고 나와서 각자 궁금했던 물고기 사진을 보면서 먹어본 물고기를 물어보는데 상어고기 먹어봤냐고 하시길래 먹어봤다 했지요. 고래고기도 먹어봤구요. 고래고기는 부산 지역 제사상에 꼭 올라간다는데 윗지방에선 흔히 맛 보기 어렵지요. 특히 일류 호텔에 나오는 고급 요리인 상어지느러미 수프는 가래침맛이라 그랬더니 다들 기함을 하시네요. 너무 솔직하게 표현했나??
얼마 전 먹어본 참복 요리, 껍질 먹다가 목에 가시가 걸리는 듯 하여 죽는 줄 알았습니다. 원래 미식가였던 친정 아버지 덕에 이런저런 요리를 많이 먹어봤는데, 복요리는 껍질 무침을 좋아했거든요.근데 참복은 처음 먹어봤던 터이라 멋모르고 껍질 골라서 먹었다가 으~~ 도톨도톨 가시들이 입안에서 굴러다니는데 사람들 많은데 뱉어내지도 못하고 억지로 먹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원래 참복요리는 그게 맛이라는데...그게 콜라겐 성분이라나 뭐라나 몸에 들어가면 다 녹아서 피부에 그렇게 좋다는데 먹는 과정은 쉽지 않았네요.
뭐, 어쨌든... 신나게 시장 구경을 마치고, 이쁜 춘천청년에게 돈 만원 꾸어서 냉이랑 방풍나물 두 보따리 사고, 식혜 한 병 사서 배낭 채우고, 저렴한 보리밥집에서 든든하게 배도 채우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나오는데 시장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쁘게 새단장한 벽들이며, 무대며, 주차장이며 이제 전통시장도 정말 장보기가 편해지고 좋아졌음을 실감하면서 건너편을 올려다보니 산등성이에 집이 한 채 우뚝 보이네요.
와~~
저기 사시는 분은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술 드시고 귀가하는건 절대 못하시겠다라고 하면서 한참 웃었네요.
오르내리는 그 길에 절로 운동 될 터이고, 멀리 경치까지 내다 보일터이니 정말 좋은 집터라는 생각을 했네요.집 지을 때 자재 나르는 것도 쉽지 않았겠다 생각들고요.^^
논골담길 사시는 어르신들도 처음엔 저렇게 집을 짓고 사셨을 터인데...환경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강인한 삶의 한 모습이란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상가의 어머님들이 비누 만드시길래 찰칵! 이건 폐식용유와 가성소다(일명 수산화나트륨)를 물과 섞어 만드는건데요, 우리가 흔히 쓰는 빨래비누가 바로 요것이죠. 지나던 일행이 도토리묵 쑤는 줄 알았다고..ㅎ 예전에 만들어본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체험으로 천연비누를 주로 만들지요. 그래도 이 빨래비누는 한 번 만들면 그 양이 꽤 많아 손빨래할 때 참 요긴하게 쓰곤 했네요.
정말 없는 게 없는 동해 중앙시장 순례를 마치고 떠나오는데...아직도 길가에 눈들이 보이네요.
지난 겨울, 얼마나 많이 왔으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지...
눈 속에서 고립되었던 아픈 기억들 떨쳐 버리고, 이제 관광객이 많이 찾아 사람 사는 생기 도는 동해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말, 특별한 일이 없다면 가족과 함께 동해안 나들이 하시고, 동해 중앙시장에 들러 장도 보셔요.
대형마트에선 볼 수 없는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하고, 우리 어머니, 아버지같은 상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며, 인심 후한 덤도 얻을 수 있답니다.
Go E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