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침
여름날 아침은...
하루하루가 달라요.
개구리 울음소리로 밤 늦도록 시끌시끌하던 논이
밤새 거미들의 천국이 되고..
새벽녁에는 맑고 투명한 이슬방울들의
미끄럼틀이 되지요.
산그늘지는 저녁이면 수줍게 수줍게 안으로만 외면하던 꽃잎들
시나브로 잎을 열어
어느순간 자신의 전부를 내보이지요.
해바라기처럼...마치 그렇게
해를 맞네요.
일찌감치 피었다가 미이라처럼 말라버린 장미꽃이 있는가하면
새로이 피어나는 장미꽃도 있지요.
잠을 깨느라 요기조기 집주변을 둘러보는 이른 아침...
고 짧은 순간도 허용못하고
원초적 본능(?)에 몸부림치는 넘들도 있지요 .
우리집 음메소들이예요.
지금 온동네가 떠나가고 있어요......
왜냐구요??
울 최후의 보루가 어제 밤늦게꺼정 회의하고 새로 한 시 넘어 술에 완전 쩔어 들어와서
이시간꺼정 못일어나고 있거든요.
녀석들이 단체로 합창하기도 하고,
파트별로 돌아가며 질러대기도하고, 완전 난리가 났어요.
울 최후의 보루가 집에 없을때면 제가 늘 밥을 주곤 했지만
번식우는 관리를 잘 해야해서......
평상시엔 울 최후의 보루가 다 해결했는데....
오늘 아침은 아무래도 틀린듯 싶어요.
(번식우는 발정(?)오는 순간을 잘 잡아야 하걸랑요,
안 그럼 일년 헛 기르는 경우가 생기죠.)
이녀석들이 이리도 요란히 울어대니
넘 시끄럽고 동네 창피해서...어쩔수 없이 녀석들 밥당번은 또다시 제가 되어 버렸죠.
이 사료 푸대는 뜯어도 뜯어도 헷갈려요.
(쌀 푸대도 같은 원리인데, 어떨땐 잘 뜯어져서 한번에 주르륵 좌악 풀리는데......)
울 민재넘, 제가 단번에 주르륵 풀면 엄마 멋있다고 박수치며
경이의 눈초리로 쳐다보곤 하죠.
하지만 어떨땐 매듭이 자꾸만 꼬여서 어쩔 수 없이 낫으로 끊어내야하죠...
(민재넘 안 보길 다행이지...
엄마 체면 완전 구겼잖아요...)
우리집 음메소들 밥......
사실 소들이 먹는 사료는 옥수수랑 기타 등등 모두 곡물로 된 것들인데...
소 사료를 주다보면 이 가루가 바람에 날려 입과 코로 들어가 버려요.
이가루를 마시다보면... 제가 이담에 소가 되어버리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네요.
(삼생아짐 ; 메애~~~~~~~~~~~)
이런...
엊저녁, 울 최후의 보루, 물을 넘 많이 주는 바람에 아침꺼정도 남아있어
그야말로 물에 말은 밥이 되어버렸네요.
(평상시에 나보고 물 많이 주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가 많이 줬어???
두고보자, 나두 고대로 한마디 해줘야지....
이때다 싶어...은근 시비걸려고 폼 잡았죠.
태어난 지 한달도 되지않은 어린 송아지녀석...
늘 어미젖만 먹더니
자기 어미 따라 볏짚 하나 물고 오물오물 씹는 시늉을 하구요...
(우리집 소들은 커터기로 볏짚을 썰어주는 적이 없어요.
몽땅 다 아기송아지때부터 통볏짚을 먹여서
녀석들이 알아서 씹어먹어요. 다른분들이 부럽다고 하시기도 하고...
또 우리 송아지 사가면 편하다 하시네요.)
역시 사람이나 소나 길들이기 나름(?)인가봐요.
근데 이넘은 꼭 볏짚을 물고서 고개를 휘리릭 흔들며 먹는 바람에
밖으로 흘려요.
게다가 먹이주던 제게 볏짚이랑 먼지를 종종 뒤집어 씌우기도 하구요....
가끔 울컥한 제가 한대 쥐어박으려고 하기도 하지만...
녀석, 이 흔들며 먹는 버릇은 못 고칠듯 싶네요.
게다가 성격도 아주 드러워서
옆의 소가 자기 자리에 고개라도 디밀면 본전도 못 찾거든요.
쫌전에도 옆에 소를 뿔로 들이받아 상처내 버렸어요.
이넘때문에 제가 큰 삽들고 지키고 섰다가 탈출한 볏짚들이랑 사료랑 싹싹 쓸어서 도로
먹이통에 넣어주곤 하죠.
비싼 사료가 쏟아져 있어 어쩐 일인가 했더니......
까치란 놈이 뜯어놓았네요.
까치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쫘악 찢어놓으면 앞뜰 뒤뜰의 고양이가 와서 먹고,
비둘기 두어 쌍도 매일매일 날아와서 먹고...
온 동네 참새떼들도 날아와서 먹고...
온갖 들짐승, 날짐승들이 몽땅 다 우리집 우사로 와서 끼니를 해결해요.
(아마 밤에는 고라니도 안 내려오나 몰러...
해마다 고라니 발자욱이 밭에 있걸랑요...)
그야말로 에헤라 디여~~♪♬
동네잔치하는거죠.
또다시 긴 볏짚 하나를 조심조심 물어내는 요 아기 송아지 녀석......
이제 가축시장이 개장이 되어서
송아지를 팔아야 하는데...
막상 팔려던 송아지가 커 버려서 이제 엄마소될 준비를 하고 있어요.
울 최후의 보루, 새로 태어난 송아지들과 엄마를 한꺼번에 묶어서 같이 판다는데...
소들 밥 줄 때마다 떠나갈 녀석들이라 마음이 아프네요.
한창 이쁘게 자라고 있는 아기송아지들...
그래도 엄마랑 같이 팔리면 녀석들에겐 쓸쓸함이 덜하겠죠??
송아지만 팔아버리거나 어미소만 팔면
한 3일 정도는 남아있는 넘들이 시시때때로 울어대서 저희가 잠도 못 자거든요.
얼마나 서로 찾아대는지...
아침에 나가보면 눈물 자욱꺼정 있어요.
게다가 저희 눈을 빤히 쳐다보면 울어대는데....
가슴아프고, 미안하고...그렇죠.
소들도 정말 대단한 모성애를 갖고 있어요.
그나저나...이렇게 소 밥 주고
울 아들 민재녀석 아침밥도 챙겨주고
청소도 하고,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다 해놓고
일어나길 기다려도 못 일어나는 울 최후의 보루...
어쩔 수 없이 출근했더니
나중에 센터에 와서 제가 밥 안챙겨줬대요.,
기가막혀 씩씩거리다가...
아!!
삼생아짐 ; 소 물 많이 줌 안된다고 맨날 구박하더니
오늘 아침에 보니깐 소 밥그릇에 물이 한강이더라!!!
그래버렸죠.
울 최후의 보루, 눈 하나 깜짝않고 ; 때론 물에 말은 밥도 먹어야지 맨날 마른밥만 먹냐??
이그, 말이나 못하면...
옆에 계시던 명자형님, 저보고 개기지 말래요, 못당한다구......
ps. 어제밤부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넘 바빠서 못 마치고 임시저장해 뒀는데...
위의 소들이 오늘 저녁에 여섯마리나 무더기로 떠나버렸어요.
작년에 제차 사고 다시 채워졌던 우사가......
이넘들 떠나고 나니 또다시 텅~~~ 빈게 넘 허전해요...
볏짚을 하나둘씩 집어먹던 아기송아지들은 물론
안 갈려고 발버둥치던 위의 저 성질 드러운 넘...
그넘마저 보고프네요......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