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컨츄리 홀릭

삼생아짐 2009. 6. 28. 22:11
728x90

 피리골 가는 길이예요...

 

지난번에 촬영때문에 며칠을 오르내리면서 본 밭이예요.



이 밭을 보면서 절로 한숨이 푸욱...

 


왜냐하면...

 

 

 비닐을 씌우는 작업이

 

이 밭을 부치는 농부에겐

 

얼마나 고단한 작업이었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죠.

 


기계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비탈진 곳도 있지만

 

설사 기계가 들어갔다 하더라도

 

수많은 돌 때문에 채켜서 할 수 없을 정도로 척박한 땅...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비닐을 펴고

 

양쪽에서 괭이질로 흙을 덮고

 

또 그 비닐이 날아가지 않도록 흙 덮은 곳곳마다 돌로 지질러 놓아

 

다른 평지의 밭보다 열배 스무배의 노력이 들어갔을 비닐씌우기 작업...

 

(비닐을 씌우는 이유는 보온 효과도 있지만

 

풀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거든요)

 

 

그 비닐 사이에서 작은 콩씨하나 고개를 내미네요.

 

 

수많은 돌을 비켜서

 


미처 비닐 틈새를 파고나오지 못해

 

머리가 데이기도 하고...

 

또 간신히 머리를 내밀었건만

 

곳곳에서 울어대는 비둘기들에 의해 몽땅 파먹히기도 하고...

 

조금 더 자라면 멧돼지넘들이 나와 또 파헤치기도 하고...

 

산골마을 콩밭은 그야말로 수난의 콩밭...

 

 

 

피리골 지역은 유기농 콩 재배지역이라

 

이렇게 많은 콩들이 심어져 있죠.

 

또 그 유기농 콩으로 메주를 쑤고 된장을 담아

 

이곳 주민들이 담은 장은 고소하고 맛나기로 유명하죠.

 

아직 식품허가를 내지 않은 분들이 많아 판매는 못하지만

 

언젠간 상품 등록을 하고 판매를 해서 이런 수고로움이 모두

 

주민들 소득으로 이어졌음 좋겠어요.



 유난히 극성스럽게 울어대는 비둘기 소리를 들으며

 

피리골 지역을 돌아나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네요.

 

 

농부들의 고단한 삶에 조금 마음이 심란하던 참이라

 

마치 빗물이 눈물처럼 느껴지는데...

 

 

아!!!

 

생각해보니

 

이 빗물은 고마운 비네요.

 

비탈진 산골 밭자락마다 고이고이 내려

 

촉촉히 적셔주면

이 빗물을 받아먹고 콩들이 무럭무럭 자랄 거 아니겠어요??

 

 

울 딸, 저더러 어제는 문득

 

컨추리홀릭(!)이라 놀려대던데...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라고

 

그리고 결혼과 동시에 시골로 들어와 산 반평생...

 

 

흙을 만지고, 고단한 농부의 삶을 살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많은 단상들이

 

요즘은 문득문득 느껴지는데...

 

 

시골에서 나고 시골에서 자란 녀석은

 

이제 도시로 나가서

 

시티홀릭(!)이 되어버렸어요.

 

 

어제도 친구넘들과 컴에 앉아서 채팅을 하더니

 

친구넘 일과를 주르륵 읽네요.

 

 

수향넘 ; 엄마, 어제 내 친구가 일기를 썼는데

 

새벽기상, 밥하기, 밥상차리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점심 쌀 씻기,

 

반찬만들기,설거지하기, 빨래걷어서 개기, 저녁 차리기...

 

나랑 일과가 진짜 똑같애.

 

근데 딴 애는 거기에 호박 작업하기, 박스붙이기, 농약 줄잡기,

 

오이 곁가지 따기 요런게 더 들어가.

 

삼생아짐 ; 넌 행복한 줄 알아. 그래도 땡볕에서 고추랑 오이는 안 따잖아.

 

했더니, 녀석, 그러넹...하며... 깔깔 거리며 웃어요.

 

 

 

 

대학에 진학해서 집 나갔던 녀석들,

 

방학중이라 돌아와서 바쁜 부모일을 거들면서 시간나면 서로서로 컴이나 문자로 이야기하는데

 

대개 똑같은 일들...수향넘, 저도 우스운지 두고두고 깔깔거려요.

 

 

수향넘 ; 엄마, 근데 애들과 나의 차이는

 

애들은 모두 빈손으로 집에 오는데

 

난 옷보따리를 한가득 가져와야 한다는거야.

 

그니깐 애들이 날보고 넌 이제 도시넘이야 그러더라???

 

 

대개 기숙사나 자취, 하숙을 하던 아이들은

 

짐을 놓아두고 들어오지만

 

할머니랑 친척들이 모두 도시에 계셔 아예 짐을 모두 갖고 나간 녀석은

 

(물론 제가 짐 몽땅 정리해서 나가라고 하긴 했지만요...)

 

 

 

이제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이곳이

 

도리어 남의 집처럼 느껴지는 듯 싶어 조금 서글프네요...

 

 

하지만...뭐...

 

어쨌든 녀석의 뿌리는 이곳, 시골이니깐

 

앞으로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이곳이 '고향'임을 절대로 잊지 말라 했어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약 7~80프로는 시골이 고향인 사람들이라던데...

 

그 출향인들이 자기가 나고 자란 고향, 농,산,어촌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잊지 않았으면...하는 바램이 있어요.

 

 

더 싼 것...

 

더 보기 좋은 것...

 

더 편리한 것,

 

더 깨끗한 것만 찾지말고...

 

한평생 하늘만 바라보며

 

이렇게 척박한 땅을 일구어 삶을 영위해가는

 

고향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한번쯤이라도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램이요...

 

 

 

 

가끔 '수구초심'이란 말의 의미를 새겨보는 삼생아짐입니다...

 

 

 

 

 

 http://samsaeng.inv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