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열 개 먹어봐!!

삼생아짐 2008. 7. 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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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아침에 일어나거나

 

외출했다 들어가면...집앞에 누군가가...오이를 한 바구니씩 갖다놓아요...

 

수소문해보니...

 

혜진네...문영이네...홍기네...

 

다들 오이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먹으라고 주시는 거예요.

 

우리가 오이 안 심은거 아시니까요...

 


오이소백이도 하고, 기냥 날거로 찍어도 먹고...

 

저온저장고에 저장도 해가며 먹는데...

 

근데 넘 미안하죠...

 

오이값도 바닥을 치는데...

 

아이들 먹는 아이스크림도 500원짜리가 700원

 

천원짜리가 천사백원...

 

물가가 다 올라 먹고 살기힘든다는데...

 

왜 농산물 가격은 더 형편없는지 이해가 안가요...

 

어쨌든...

 

 

다양한 요리로 오이를 해먹으면서 이번에는

 

오이지를 담았어요.

 

 

 

항아리에 오이를 넣고...

 

굵은 소금을 푼 물을 팔팔 끓여서 뜨거울 때 들이부어서...

 

 

김장김치 누르는 넓적한 돌로 오이가 물에 드러나 뜨지않게

 

꽈악 지질러 놓으면...

 

이렇게 맛난 오이지가 완성되지요.

 

오래두고 무르지 않도록 먹으려면

 

이렇게 소금물 끓여붇는 과정을 세 번 정도 반복함 되구요...

 

금방 먹는 건 한 번만 해도 된답니다.

 

 

건져낸 오이지를 동글동글 썰어서

 

약간 우려내어 실파동동 썰고 식초 넣고 마늘 넣어서 물김치로 시원하게 먹어도 좋구요..

 

 

양파자루에 넣고 꽈악 물기를 짜서

 

파, 마늘, 깨소금, 고추가루, 식초, 물엿을 넣고

 

조물락 조물락 무쳐서 먹어도 맛나답니다.

 


여름에 밥맛 없을 때

 

물에 말아서 이 오이지 무침 하나면 반찬걱정뚝(!)이랍니다.

 

 

근데 이번에 조금 덜 우려서 약간 짰나봐요.

 

영재랑 수향이넘 ; 우~~~짜!!! 조개젓이 더 안 짜!!!

 

삼생아짐 ; 정말?? 어떡해?? 내가 미각을 잃어서...

 

상심한 제 표정을 보더니

 

민재넘 ; 안 짜!! 되게 맛있는데??

 

영재넘 ; 그래?? 그럼, 열 개 먹어봐.

 

그랬더니 민재녀석, 한젓가락 가득 집어가는데...딱 보기에도 열개 이상이예요.

 

그걸 나누어 먹을 줄 알았더니 한입에 탁 털어넣고 제가 말릴 새도 없이

 

아작아작 씹어먹는데...

 

 

제가 물 한컵 건네주고, 밥 한숟갈 얼릉 떠서 입에 넣어주는데

 

고개를 도리도리...

 

민재넘 ; (얼굴이 빨개진 채 다 삼키더니) 하나도 안 짜. 너무 맛있어요, 엄마.

 

아...

 

이러니 제가 울 막내를 어찌 안 이뻐하겠습니까요...

 

꼬옥 끌어안아주고, 아이스크림값 천원 딱 줬지요.

 

민재넘 ; 왜 천원주세요??

 

삼생아짐 ; 엄마가 해준거 넘 잘먹어서...

 

영재넘 ; 엄마, 저도 열개 먹을 수 있는데요??

 

삼생아짐 ; 됐네, 이사람아!!!

 

 

민재넘 ; 밥이랑 함께 먹음 하나도 안 짜고 맛있어요.

 

엄마, 근데...할머니가 해주신 무장아찌는 못 하시죠??

 

삼생아짐 ; ...

 

 

민재넘 ; 아녜요, 엄마가 해주신 오이장아찌도 맛있어요. 세상에서

 

최고의 맛이예요.

 

 

영재넘 ; 할머니한텐 할머니가 해주신 무장아찌가 세상에서 최고라며??

 

민재넘 :

 

얼굴 빨개진 채 제 눈치 슬슬 보네요.

 

삼생아짐 ; 괜찮아, 할머니가 해주신 무장아찌 엄마도 좋아해.

 

모처럼 해 본 오이지..비록 조금 덜 울궈내는 바람에 모두에게 환영은 못 받았지만...

 

어쨌든 그래도 아쉬운대로 맛나게 먹을 수 있으니 반찬걱정 덜었어요.

 

(울 민재 말마따나 밥 한숟갈, 오이지 한조각...)

 

 

 

땡볕에서 힘들게 농사지은 우리 농산물인데...

 

유전자 변형과 갖가지 화학 방부제 처리된 음식보다

 

어머니의 손맛과 사랑이 들어간 솜씨로 가족과 함께 오이지를 담아

 

먹어보심이 어떨런지요...

 

그래서 어려움에 처한 우리 농가도 돕고

 

가족들간에 건강도 챙기고...

 

반찬걱정도 덜고...

 

 

 

이거야말로 일거다득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