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려!! 벌리란 말이야.
체육대회때 꼭 한번씩 뛰곤하는 그네...
마을마다 세 명씩 나와서 뛰는데...
이거 뛰고 나면 일주일동안 팔, 다리, 허리, 목꺼정 몽땅 알이 배서...
낑낑거리고 다니죠.
검산리 강숙자 형님이신가요...
올라가셔서 뛰는데...
이게 생각보다 잘 늘지가 않아요...
다리도 튼튼해야하고, 팔힘도 강해야 하고, 순발력도 있어야 하고...
높이 올라가면 어지럽기도 하고...
힘도 들고...
하여튼 만만치가 않아요.
작년에 홍천 한서제 나가서 일등하신 황금상회 하시던 형님이신데..
이젠 힘이 많이 딸린대요.
다들 이제 연세가 드셔서 새로 선수들을 뽑아야 한다고...
경기를 하시면서도 젊은 후보 선수들을 많이 뽑아놓아야 한다고 걱정들 하시네요.
역시 기본이 있으신 분들은 다르지요.
높이 올라갈 때마다 다들 옆에서
"잘한다~~~"
응원을 해 주시죠.
저도 등 떠밀려서 해마다 도전하곤 하는데...
(덩치 크니깐 기본 힘이 있다고...형님들이 옆에서 부채질해서...)
힘이 있어야 는데요...
그네에 매달아놓은 줄자가 그네가 높이 올라가야 미터 수가 늘어요.
근데...제가 올라가면 그네가 흔들리지는 않는데(안정감이 있다네요...)
요령이 부족해서...앞으로 올라가거나
뒤로 올라갔을 때 탁(!) 채줘야 미터수가 느는데...
이게 경험이 없어 잘 안되더라구요.
근데 몇 년동안 꾸준히 해 보니깐 조금씩 조금씩 요령도 생기면서 늘긴 늘더라구요.
갑자기 짓�은 형님들 옆에서
"벌려~~~"
마악 소리를 치셔요.
도대체 뭘 벌리라는 건지...
삼생아짐 ; ???
보세요.
이번에 일등한 울 마을 다빈엄마, 박선미씨.
형님들 ; 잘한다!!
박수도 쳐주시고요.
다빈엄마 보니깐 알겠더라구요.
잘 벌리죠??
이렇게 옆으로 벌려줘야 높이 올라가면서 그네 미터수가 늘거든요.
근데 장난기 많은 형님들...
잘 안 느는 사람 올라가면
"빨랑 벌리란 말이야. 벌려!!
신랑 어디갔어. 신랑 델구와야 벌릴래???"
'벌려' 소리에 유난히 강한 억양을...
구경하던 아줌마들이랑 동네 형님들이랑 그네 뛰던 선수들 꺼정
그 묘한 억양에
깔깔 자지러지면서 마구 웃어대구요...
정작 그네위의 선수는 벌릴려다 웃느라고 힘 빠져서 제대로 못 벌리죠.
심판보는 은지아빠 빼놓고 모두 여자들인데...
서로 쳐다보며 마악 소리치죠.
"벌려!! 벌리란말이야!!!"
은지아빠 못 들은 척 얼굴 빨개진 채 줄자만 만지작 만지작...
어휴, 못말리는 울 마을 형님들...
일철 돌아오니 논에서 밭에서 흙강아지로 기느라 정신들 없지만...
체육대회때나 문화제 때 다들 모이면
이렇게 장난도 치고, 웃고 떠들면서 스트레스 해소도 하죠.
그래서 다들 힘들지만 웃고 살아가는 듯 싶어요.
첨에 시집와서 바쁜 철에 체육대회하는데 신경질도 안내고 다들 들떠 하시길래...
의아해했는데 시골에 오래 살아보니...
힘든 노동끝에 간간이 이런 모임들이 활력소가 되는 거더라구요.
어쨌든 한 수 배웠어요.
홍천군 전체 체육대회겸 문화제가 개최되는 한서제에 나가서
상대방 선수 그네 뛸때마다
울 형님들이랑 "벌려!! 벌리란 말이야. 신랑 델구 와야 벌릴래??'
깔깔거리며 소리 지르면 힘 빠져서 아마 못 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