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잎 동동주담기(2)
시간이 흘러흘러...
황량하던 초봄 들판에 홀로 무성하던 호밀이 쑥쑥 커서...
소 먹이도 되고...
거름도 되고...
......
가끔은 내 사진모델도 되고...
(땅심을 높이고 그루갈이 효과도 있지요.)
벌써 다 걸러서 맛도 보고...
시식회도 갖고...
평가회도 갖고...
그래도 동동주 작업하던 장면들은
올해도 다 못 올리면 또 못 올리겠다 싶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마저 올리렵니다.
(작년에 찍어둔 거..생각할수록 아깝당...)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과 솔잎을 섞어 엿물을 부어둔 지
약 5일 정도가 지나면...
맑은 물이 떠올라요.
이때쯤 덧죽을 해서 넣어요.
근데 이것도 참...만만치가 않아요.
흑점 찰옥수수를 갈아서 전날 오후 세 시쯤 담가 물에 불려요.
(오래 불려야 밥알이 잘 풀어져요.)
그리고 죽을 쒀서...식혀요...
이때쯤 제가 제 몫을 발휘하죠.
삼생아짐 ; 제가 할게요, 어머님.
이렇게 힘쓰는건 저한테 맡기셔야죠.
으~~쌰~~~
어머님이 한 바가지씩 조심조심 퍼넣으시는 걸
제가 양동이를 가져다 왕창 퍼서 가마솥에 텀벙...
쏟아부어버렸지요.
어머님 ; 기운도 장사야.
삼생아짐 ; 제가 또 가진게 힘밖엔 없잖아요. ㅎㅎ
어머님; (혀를 끌끌 차시더니...)
한번에 그렇게 많이 부음 끓어 넘치고 타는 거 어쩔래??
삼생아짐 ; 엥??
어머님 ; 힘만 세다구 그게 다되는줄 알아??
은근히 저어줘야지. 그렇게 많이 부어넣음 팔 아파서 어쩔래? 골고루 익지도않고,
눌어서 다 타버리는데.
삼생아짐 ;
......
힘세다구 자랑하다가 어깨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대학교때 공지천에서 보트타느라 노젓다가 손에 물집 잡히고
어깨랑 팔에 알밴 이후로...
원없이 저어봤습니다....
(40년된 피나무 주걱으로...)
아참, 울 최후의 보루는 내가 아직도 노 못 젓는줄 아는뎅...
세번에 걸쳐 나누어 덧죽을 끓이고...
싸늘하게 식힙니다.(어머님 표현으로 싸느라케...)
이번에는 엿기름을 체에 걸러 찬물에 개어 담가 놓아요.
근데 갑자기...어머님 저를 뻔히 쳐다보시더니...
인옥순 어머님 ; 뭐하는겨??
삼생아짐 ; 네??
어머님 ; 이걸로 한 번 맞아볼텨??
40년된 피나무 주걱을 번쩍!!
삼생아짐; 엄마야~~~
왜그러세요...어머님????
-3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