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이야기

솔잎 동동주담기(2)

삼생아짐 2008. 5. 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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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흘러...

 

황량하던 초봄 들판에 홀로 무성하던 호밀이 쑥쑥 커서...

 

소 먹이도 되고...

 

거름도 되고...

 

......

가끔은 내 사진모델도 되고...

 

(땅심을 높이고 그루갈이 효과도 있지요.)

 

 

벌써 다 걸러서 맛도 보고...

 

시식회도 갖고...

 

평가회도 갖고...

 


그래도 동동주 작업하던 장면들은

 

올해도 다 못 올리면 또 못 올리겠다 싶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마저 올리렵니다.

 

(작년에 찍어둔 거..생각할수록 아깝당...)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누룩과 솔잎을 섞어 엿물을 부어둔 지

 

약 5일 정도가 지나면...

 

 

맑은 물이 떠올라요.

 


이때쯤 덧죽을 해서 넣어요.

 

근데 이것도 참...만만치가 않아요.

 

흑점 찰옥수수를 갈아서 전날 오후 세 시쯤 담가 물에 불려요.

 

(오래 불려야 밥알이 잘 풀어져요.)

 

 


그리고 죽을 쒀서...식혀요...

 

이때쯤 제가 제 몫을 발휘하죠.

 

삼생아짐 ; 제가 할게요, 어머님.

 

이렇게 힘쓰는건 저한테 맡기셔야죠.

 

으~~쌰~~~

 

어머님이 한 바가지씩 조심조심 퍼넣으시는 걸

 

제가 양동이를 가져다 왕창 퍼서 가마솥에 텀벙...

 

쏟아부어버렸지요.

 

 


어머님 ; 기운도 장사야.

 

삼생아짐 ; 제가 또 가진게 힘밖엔 없잖아요. ㅎㅎ

 

어머님; (혀를 끌끌 차시더니...)

 

한번에 그렇게 많이 부음 끓어 넘치고 타는 거 어쩔래?? 

 

삼생아짐 ; 엥?? 

 

어머님 ; 힘만 세다구 그게 다되는줄 알아??

 

은근히 저어줘야지. 그렇게 많이 부어넣음 팔 아파서 어쩔래? 골고루 익지도않고,

 

눌어서 다 타버리는데.

 

삼생아짐 ; 

 

......

 

힘세다구 자랑하다가 어깨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대학교때 공지천에서 보트타느라 노젓다가 손에 물집 잡히고

 

어깨랑 팔에 알밴 이후로...

 

원없이 저어봤습니다....

 

(40년된 피나무 주걱으로...)

 

아참, 울 최후의 보루는 내가 아직도 노 못 젓는줄 아는뎅...

 


세번에 걸쳐 나누어 덧죽을 끓이고...

 

싸늘하게 식힙니다.(어머님 표현으로 싸느라케...)

 

이번에는 엿기름을 체에 걸러 찬물에 개어 담가 놓아요.

 


근데 갑자기...어머님 저를 뻔히 쳐다보시더니...

 

인옥순 어머님 ; 뭐하는겨?? 

 

삼생아짐 ; 네?? 

 

어머님 ; 이걸로 한 번 맞아볼텨?? 

 

40년된 피나무 주걱을 번쩍!!

 

삼생아짐; 엄마야~~~

 

왜그러세요...어머님????

 

 

-3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