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 정말 정말 죄송해요^^;;
어린시절...
크리스마스만 되면 늘 쓸쓸했답니다.
엄격한 유교집안이라 아버지가 교회나 성탄등은 금기로 여기셔서...
거리에서 캐롤송 울리고
화려한 불빛 사이로 모두들 즐거울때
저는 집안에 박혀서 조용히 책보는 날이 성탄절이었지요...
(나쁜데 갈까봐...외출도 못하게 하셔서...)
그래도 늘 그런 꿈은 갖고 있었어요.
양말에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넣어주시는 꿈이요...
그래서 정말 양말을 문에 걸어놓은 적도 있지요.
물론 성탄절 아침에 일어나보면 아무것도 없었지만요...
대신에 아버지가 용돈을 듬뿍 주시곤 했지요.
그래도 무언가 늘 서운함 같은게 남아있었는데...
그런데...
오늘아침 울 막내가 산타할아버지 나쁘다고 하는 거예요...
민재녀석 : 산타할아버지는 도대체 왜 안오는거야??
순간 당황.
어라? 정말 산타의 존재를 아직도 믿고 있단 말이야????
삼생아짐 : 기도했어? 산타할아버지 오시라고??
수향 왈 : 너 양말도 안 걸어놓았잖아.
영재왈 ; 산타할아버지가 차가 막혀서 못 오셨나봐. 요즘 교통혼잡이 심하잖아.
민재녀석 울먹울먹하자
민재녀석 아빠왈 : 산타할아버지 왔다 가셨어. 아빠 차에 가면
돈 천원이랑 담배놓고 가셨어.
민재녀석 : 왜 달랑 천원이야? 오천원도 아니고..
민재아빠 ; 요즘 산타도 불경기라서 그렇지...
민재 ; 그럼 루돌프라도 놓고가지.
민재아빠 ; 왜? 잡아먹게??
삼생아짐 ; 헉!!!
민재 ; 아니요. 기를려구요.
삼생아짐 : (결국 강아지 데려오란 소리네??)
......
그러더니 이녀석 차에 갔다와서 돈 천원이랑 아빠 담배 들고 들어왔네요.
삼생아짐 : (속으로...애한테 담배 갖고오라고 심부름 시키는 방법도 참 가지가지야.
어쩜 저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지??)
민재 ; 정말 산타할아버지가 돈이랑 담배놓고 가셨네??
삼생아짐 ; 뭐야, 이거??
무슨 산타가 이렇게 세상을 몰라??
금연!! 흡연은 폐에 나쁘다는 거 몰라??
민재 ; 정말!! 산타 바보야. 차라리 산타페가 낫다 그래.
내가 25일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2월달부터 24일이면 내일이 12월 25일이면 크리스마슨데..
하면서 매달 25일마다 12월달을 기다렸단말이야....
......
결국 우리집에서 애꿏은 산타할아버지만 욕 실컷 먹고...
(어제 정보화지도자 대회 하느라 미처 선물 준비를 못하는 바람에...
마을 주민이랑 여러사람들이랑 뒷풀이하느라 밤 열두시 귀가...)
죄송해요, 산타할아버지.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구요......